경기 후퇴 우려로 국내 증시를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하락장 속에 대부분의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9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주일(8월 2일~9일)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적으로 13.90%의 손실을 보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17.07%)과 비교해서는 좀 낫지만 주식시장 하락의 여파는 강하게 미친 셈이다.
다만 이런 하락 주식시장에서도 나름대로 선방(善防)하는 펀드들이 있다. 특히 올 들어 상승장에서 수익률이 부진해 고민하던 가치주 펀드들이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가치주 펀드 부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폭락 기간에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에서 3개 펀드를 순위권에 올렸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는 가치주(價値株)를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 들어 증시의 주인공이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편입을 적게 하는 바람에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하락장에서는 이 전략이 빛을 봤다.
이외에도 신한BNP자산운용의 '신한BNPP명품컬렉션성장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종류A1(3Y))'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파워코리아포트폴리오80주식20'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이 각각 -6.85%, -7.34%를 기록하며 잘 버틴 펀드로 나타났다.
반면 대형주 비중이 높은 펀드들은 유난히 부진했다. 삼성전자의 비중이 높은 삼성그룹주 펀드의 최근 1주일 평균 수익률은 -14.89%로 크게 부진했다. 수출주 등이 대거 편입된 기타 그룹주 펀드도 같은 기간 -13.85%의 수익률을 기록, 시원치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주가가 급락한 만큼 수출 위주의 대형 그룹 관련주가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못난이 취급받던 중국 펀드 선전
해외 주식형 펀드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8.65%)을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신통치 않았다. 다만 국내 증시 투자 펀드보다는 다소 나았다.
올 상반기 견고한 수익률을 보였던 북미 펀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최근 1주일간 -8.32%의 손실을 냈다. 유럽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9.58%)을 내며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반면 얼마 전까지 못난이 취급을 받던 중국 펀드는 선전했다. 중국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중국 본토 펀드의 경우 최근 1주일간 -3.64%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의외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우리투자증권의 서동필 연구위원은 "중국 증시는 그동안 정부의 긴축 기조로 인해 과도하게 하락했다"며 "가격 매력도가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금펀드의 수익률도 빛났다. 금펀드의 최근 1주일간 수익률은 -0.42%. 현재 금값은 온스당 175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금 기다리라는 조언 많아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펀드 가입에 적기라고 볼 수 있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현 상황을 감안하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반등을 기대하고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지금같이 장이 미끄러지는 시점에서는 이에 대해 확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장이 크게 반등한다는 가정을 세운다면 그동안 낙폭이 컸던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