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태풍 때문에 올해 농사를 망칠까 걱정이다."

경북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이번 태풍은 역대급이라는데 아무리 철저히 대비를 해도 피해를 막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며 "추석 대목을 앞두고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가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경북에서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도 "긴 장마도 겨우 버텨냈는데 연이은 태풍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며 "이번 태풍은 특히나 바람이 강하다고 해 나무와 가지를 여러번 단단히 고정했지만 그래도 안심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7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의 태풍 피해를 입은 한 배추밭 전경.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추석 수확을 앞둔 농가들이 농작물 피해를 입을까 긴장하고 있다. 2일 기상청은 많은 비와 강풍을 동반한 마이삭이 3일 새벽 경남 남해안과 영남 지역을 관통해 강릉 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보했다.

태풍 마이삭의 속도는 최대 초속 49m로 지난 2003년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태풍 '매미'와 맞먹는 역대급 태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태풍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농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과, 배 등 9월초에 수확되는 과수와 조생종 벼 등 주요 작물의 농사가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중 농가 매출이 집중되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어, 농가들의 걱정은 더욱 커진 상태다.

특히 농가들은 재해보험 가입률이 턱없이 낮은 상황이라,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경제적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53개 농작물(사과, 배, 벼, 보리 등) 중 한개 품목이라도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전체의 38.8%에 불과했다. 전체 벼 재배 농가 중 재해보험 가입률(46.7%)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밖에 무농장을 대상으로 한 재해보험 가입률은 52.2%, 사과농장은 50.4%, 배 농장은 46.6%, 배추농장은 27.6%, 단감 농장은 20.3%, 포도 농장은 6.4%로 집계됐다.

경남의 한 과일농장 주인은 "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태풍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불안한 마음"이라며 "현재 바로 수확이 가능한 과수 30% 정도는 태풍 영향권에 들어오기 전 사전 수확에 나섰다"고 말했다.

지난 장매 때 침수 피해를 입은 천안의 한 시설재배 농가 모습.

한편으로는 역대급 장마 피해로 주요 농작물 가격이 평년보다 크게 오른 상황에서 추석 직전 태풍 마이삭 피해까지 가중될 경우 농작물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미 장마 여파로 무 1개의 평균가격(3450원)은 평년(2229원)보다 약 55% 올랐고, 배추( 9594원)도 평년(5006원)에 비해 약 92% 가격이 치솟은 상태다. 여기에 지난주 제8호 태풍 ‘바비’ 여파 만으로도 무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일주일 만에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달 1일 무 1개의 평균가격은 3450원으로 태풍 바비가 상륙하기 직전인 25일(2670원)과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30% 정도 가격이 상승했다.

이번 태풍 마이삭의 피해까지 더해질 경우 수확량 감소로 역대 최악의 ‘추석 물가 대란’이 오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농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역대급 장마로 농작물 수확이 줄었는데 태풍 피해까지 겹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경우 추석 장바구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