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추진 중인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정책이 '코로나 복병’을 만나 어려움에 처했다. 반년 넘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이어지면서 감염 우려에 따른 배달 주문량이 급증, 일회용 컵과 그릇 같은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의 하루 평균 발생량은 약 850톤으로 지난해 상반기(732톤) 대비 약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 정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지난 2018년 5월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기존 배출량에서 절반 이상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34%에서 70%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의 '폐기물 종합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카페 등에서 취식 시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된 것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꾼 것 등은 이 정책이 시행되면서 나타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정책 시행 2년만에 코로나 사태 여파로 정책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감염 우려가 커지자 포장이나 배달 음식 같은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2.5단계로 격상되자, 플라스틱 포장 용기 사용량이 급증한 상황이다. 2.5단계 시행으로 카페의 경우 포장과 배달만 허용되고, 일반 음식점은 밤 9시 이후부터는 포장과 배달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누적 2만명을 넘기면서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하반기 플라스틱 사용량은 상반기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커피전문점 사장은 "지난주와 비교하면 이번주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이 5배 이상 늘었다"면서 "매장 내 취식 금지 기간이 더 길어질지 몰라 여분의 플라스틱 용기를 미리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늘어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 처리하는데도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새 플라스틱을 생산하는게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마진(이익)이 더 커지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폐플라스틱 수요가 줄면서 단가도 점점 내려가고 있다. 지난 3월 페트(PET) 플라스틱 단가는 1㎏당 800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590원까지 떨어졌다. 한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재생 가능한 원료로 가공한다고 해도 단가가 너무 떨어져 오히려 손해"라면서 "해외에서도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가 줄어 수출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돈이 안되는 폐플라스틱을 수거하지 않는 폐기물 수거업체들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8년 일어난 ‘폐비닐 대란’이 플라스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폐비닐 대란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공동주택(아파트)을 담당하는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닐류 수거를 중단하면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이었다.
정부는 급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오는 10월 완공 예정인 재생원료(폐기물) 비축창고 3개소로 폐플라스틱을 분산시킨다는 계획 정도에 그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업체들에게 정책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며 "지금까지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대해선 민간업체가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도록 했는데, 이를 한시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