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월급으로 월세, 관리비, 보험료, 카드값 내고나면 얼마 남지도 않는데 야금야금 올라가는 요금이 왜 이렇게 많은지 한숨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직장인 권모(28)씨는 "최근 수해 때문에 농작물 가격이 올라 체감 물가도 올랐는데 왜 이 시기에 수도요금과 대중교통 요금까지 올리는 건지 모르겠다"며 "매일 씻고 출퇴근하려면 안 쓸 수가 없는 돈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서울시가 최근 수도요금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버스와 지하철 요금마저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시는 버스 및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기본요금 인상 폭은 200원, 250원, 300원 중 하나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이후 동결됐던 ‘5㎞당 추가 요금’을 200원으로 두 배 올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은 2015년 6월 인상된 뒤 현 요금체제를 유지해왔다.
앞서 서울시는 수도요금 인상 계획도 밝혔다. 3년에 걸쳐 매년 12%씩 인상해 현재 1t당 360원인 가정용 상수도 요금을 내년 430원, 2022년 500원, 2023년 580원으로 올리는 것이 골자다. 누진제는 폐지된다. 현재 서울시 가정용수의 98%가 1단계 요금을 내고 있어 누진제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의 개편안은 이번달 시의회 의결을 거쳐 다음달 공포될 예정이다.
시민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필요한 조치지만 왜 이 시점이어야 하냐"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맞벌이 부부 김모(34)씨는 "코로나 때문인지 월급은 오를 기미도 안 보이는데 세금이랑 물가는 계속 올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부부 둘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고 했다.
김씨는 이어 "요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전 국민이 어려운 이 시기에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재난지원금 몇십만원 주고 각종 요금을 올리는 걸 보면 콩 한쪽 주고 두부 한판 뺏어가는 것 같다" "재난 상황이라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더 늘리는 게 말이 되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다만 서울시는 오랜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올해 지하철은 약 1조원, 버스는 5300억원가량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시민들의 이동은 줄고 방역 관련 비용은 늘었기 때문이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관련 조례에는 2년에 한번 요금을 조정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매번 인상 논의가 미뤄져온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올 11월쯤엔 직원 월급도 못 줄 정도로 재정 상황이 악화돼 요금 인상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이 남아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통해 올해 안에는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수도요금도 마찬가지다. 시에 따르면 수돗물 생산원가는 1㎥당 706원인 반면 서울시 수돗물 판매단가는 565원으로 원가를 한참 밑돌고 있다. 다른 광역시가 최근 10년간 서너 차례 요금을 올리는 동안 서울시는 요금 인상 없이 수돗물을 생산·공급해왔으나 최근 5년간 누적 적자가 1614억원에 달하는 등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 상수도 사업본부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시기임은 공감한다"면서도 "작년 문래동 붉은 수돗물 사건에 이어 수돗물 유충 사건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상수도관 관리·정비 강화, 유수율 개선 등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