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지수·기온 올라가면 교통사고도 증가
54일이나 지속된 기록적인 장마가 지나가자마자 폭염이 한반도를 괴롭히면서 보험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 환자가 늘어나면 실손보험 손실이 늘어나고, 축산농가에 가축 폐사 등 피해가 늘면 관련 보험 손해율(납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도 오르게 된다. 폭염엔 교통사고도 늘어나 자동차 보험금 지급도 늘어날 수 있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19일 오후 4시 기준 서울과 경기, 인천, 강원, 충청, 전라, 경상, 부산, 세종, 울산, 대구 등 폭염경보가 발효돼 있다. 강원도 태백과 제주도 일부, 인천 옹진군 등 일부 지역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 이상일 때, 폭염주의보는 33℃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남부지방 등에선 최고 35℃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철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은 주로 장마나 태풍으로 크게 오른다. 올해도 역시 장마철을 지나면서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005830),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4개사의 지난달 손해율은 전월 대비 약 1%P(포인트)가량 오른 84.8~86.5%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는 긴 장마 뒤에 폭염이 찾아오면서 이에 대한 피해도 우려된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덥고 습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증가할 때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69만건을 분석한 결과, 불쾌지수가 80 이하인 날보다 80을 넘는 날 교통사고가 28%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역시 국내에서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 접수가 평균 1.2%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더위로 온열환자가 늘면 실손보험 손해율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 16일 새벽에 올해 처음으로 제주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80대 남성으로 집에서 머물던 중 고열과 기력 및 의식저하 등으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됐지만 증세가 악화돼 끝내 숨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온열질환자는 지난 17일 기준 총 693명(사망자 2명)이다.
더위에 취약한 축산농가 피해로 농작물 재해보험이나 가축 재해보험 등 자연재해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 17일까지 농림축산식품부에 접수된 폭염 관련 가축피해 건수는 0이지만, 앞으로 무더위가 본격화하면서 그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6~2018년 가축재해보험 손해액은 각각 1260억원, 1270억원, 2440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을 넘겼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예년 대비 폭염 피해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일기예보 상 앞으로 더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관련 보험 손해율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최고 기온은 32~38℃였다. 20일과 21일은 기온이 조금 내려가겠지만 역시 최고기온은 26~38℃로 35℃를 넘는 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30℃를 웃돌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