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 열흘 넘게 물에 잠겨 있었던 이곳은 폐허를 방불케 했다. 잠수교 앞 로터리 표지판은 대각선으로 접힌 채 주저 앉아있었고, 공원 곳곳에는 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져 있었다. 흰 천막은 누렇게 변한 채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 흙탕물로 뒤덮인 잠수교에는 살수차가 끊임없이 오갔다.

반포대교에서 만난 인근 주민 박모(60)씨는 "며칠 전에는 물이 건물 필로티 기둥까지 찼다가 어제가 돼서야 벤치까지 내려갔다"며 "내일 또 비가 온다는데 다시 잠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잠수교에 살수차가 지나가고 있다.

며칠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한강 물이 불어나 지난 2일부터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금지된 잠수교가 이날 오전 수위가 낮아지며 12일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976년 잠수교 개통 이래 최장 기록이다.

한강 다리 중 수면과 가장 가까운 잠수교는 폭우가 계속되던 지난 6일 오후 11.53m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다가 비가 그친 전날 오후 7m 아래로 낮아졌다. 통상 한강 물이 6.5m 이상 차오르면 잠수교는 완전 침수된다. 수위가 5.5m를 넘어서면 보행자 통행이, 6.2m 이상이면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잠수교 수위는 5.9m로 차량이 오갈 수 있는 정도로 수위가 내려갔지만, 통행 재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도로 청소와 복구 작업을 마치고 충분히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면 통제를 해제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부지방에 쏟아지던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한강 수위를 조절하는 팔당댐도 방류량이 줄었다. 13일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40분 기준 팔당댐 방류량은 지난 11일에는 초당 1만5000t 수준이었다가 전날에는 7400t, 이날은 5200t으로 줄었다. 팔당댐 저수위도 계획홍수위(댐에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 홍수량)인 27m보다 낮은 24m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13일 오전 반포대교에서 내려다 본 반포한강공원.
13일 오전 반포한강공원 앞 표지판이 꺾여있다.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평소에 비해선 방류량이 많은 편이지만, 며칠 전 폭우가 이어질 때에 비해선 확실히 많이 줄었다"며 "주말에 다시 비가 온다고 하는데 강수 상황에 따라 댐 상황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전날 집중호우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전국 하천 주요 지점에 내린 홍수특보를 전부 해제하기도 했다.

한강공원도 하나둘 문을 다시 열고 있다. 11개 한강공원은 지난 11일까지 모두 통제됐다가 전날 오후 잠원한강공원이 우선 개방됐다. 이날 오전 9시엔 여의도와 난지한강공원이 개방됐고, 오후 2시에는 잠실·양화·뚝섬 등 3개 한강공원이 추가로 개방될 예정이다.

다만 침수로 인해 출입이 통제되는 구간도 있다. 여의도한강공원 저지대 강가와 여의샛강, 난지한강공원 물놀이장 부근, 잠실한강공원·탄천 합수부 부근, 양화한강공원·여의샛강 경계부~제3주차장, 뚝섬한강공원-구리시계 부근 등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광나루·이촌·망원·강서·반포 등 나머지 5개 한강공원은 팔당댐 방류량, 기상 상황, 공원 정비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속히 개방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