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가 들어놓은 수돗물 보험은 이번 유충 사태에는 별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유충 사태가 시작된 인천시는 관련 보험조차 들어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깔따구 유충이 처음 발견된 인천 공촌정수사업소에서 22일 한 관계자가 침전소를 바라보고 있다.

22일 각 지자체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부산시 등 주요 지자체는 수돗물 안심보험에 가입해놓고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수돗물 수질 책임보험은 오염된 수돗물 음용이나 사용 등으로 인적·물적 피해를 볼 경우 배상해주는 보험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수돗물 보험이 이번 유충 사태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돗물 보험을 다루는 보험회사의 한 관계자는 "유충이 나왔다고 해서 나온 사실 자체에 대해 보상되는 것은 아니고, (수돗물 보험은) 그 물을 먹고 탈이 났거나, 그 물을 써서 가공된 수(水)제품으로 인적 피해가 났을 때 보상한다"고 말했다.

수돗물 보험은 서울시가 시의 수돗물 브랜드 ‘아리수’를 홍보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2012년 전국 최초로 가입했다. 아리수 때문에 인명 또는 재산 피해를 입는 경우 시와 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가 직접 시민들에게 손해배상하는 상품이다. 전세계적으로 호주, 미국, 영국에 이어 네번째 가입 사례로 홍보됐다. 당시 보험 가입비용은 9500만원, 1인·1사고당 보상 한도액은 20억원이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수질 결함에 따른 피해에 대해 배상하는 보험으로, 정수센터 사고에 의해야만 하고, 시민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만 배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상 위해가 있어야 하고, 유충을 발견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는 보험 배상은 안 된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보험의 배상 건수는 최초 가입한 2012년 이후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9500만원이었던 보험료는 현재 1200만원 선으로 내려갔다.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흥국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이 연마다 입찰 형태로 보험 계약을 했고, 올해는 에이스손해보험이 서울시의 수돗물 보험을 맡고 있다.

사태가 시작된 인천의 경우 보험 조차 가입이 안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 사망, 폭발·화재·붕괴 상해 사망 및 후유장해, 대중교통이용 중 상해 사망 및 후유장해, 강도 상해 사망 및 후유장해, 스쿨존 교통사고 부상치료비 등을 보장하는 ‘시민안전보험’은 304만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가입했지만, 수돗물 오염의 경우 보장항목에 속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서울시 같은 수돗물 보험은 따로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민의 피해 보상과 관련한 부분은 보험과 별개로 이뤄질 수는 있다"고 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에 ‘유충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따로 수질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은 들지 않은 것이다.

지난 9일 유충 민원 발생 이후 인천시의 누적 신고 건수는 22일 현재 총 814건, 실제 유충 발견 건수는 211건으로 늘어났다. 지난 14일 55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감소하는듯 했으나, 19일 17건, 20일 21건, 21일 25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뿐 아니라 경기 화성, 울산, 경남 양산·의령·김해 등 정수장에서도 유충이 발견됐고, 서울 양천구의 다세대 주택, 광화문의 대기업 사옥 화장실 등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등 전국적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