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1986년 시인과 촌장이 발표한 ‘풍경’의 노랫말처럼, 요즘 우린 돌아온 것들이 만들어낸 경이적인 광경을 연일 목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폐쇄된 브라질 해변에는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 97마리가 부화했고, 관광객이 끊긴 베네치아 운하에는 60년 만에 돌고래가 돌아왔다. 세계 최악의 오염도시로 꼽히는 인도 뉴델리는 도시 봉쇄 후 초미세먼지 농도가 71% 감소했고, 황사와 미세먼지로 자욱했던 우리의 봄도 유례없이 청명한 날씨가 이어졌다. 단지 인간이 활동을 줄였을 뿐인데, 자연은 절로 제자리를 찾았다.

돌아온 것은 또 있다. 바로 일회용품이다. 코로나19 발생 직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전개되던 각종 친환경 규제와 탈(脫) 플라스틱 운동은 전염병 확산과 함께 수그러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송 포장재와 일회용기 사용이 증가하고, 카페와 식당에서도 일회용 컵과 접시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됐다. 지난달 열린 총선에선 수천만 개의 비닐장갑이 유권자의 손에 잠시 끼워졌다 버려졌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을 더하면 폐기물의 수는 더 늘어난다.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된 플라스틱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방역 수단으로 사용된 셈이다.

플라스틱의 부흥은 ‘제2차 쓰레기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2~3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가량 늘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재활용품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처리되지 못한 채 쌓인 쓰레기양도 급증했다. 환경부가 폐플라스틱 공공 비축과 가격연동제를 등으로 안정화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도 전에, 쓰레기더미에 파묻힐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연간 130kg으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50kg)과 비교하면 세 배에 가깝다. 일회용품 사용을 남발한 개인의 책임이 먼저지만, 이를 장려한 유통업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다행히 최근 많은 유통업체가 친환경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재활용 종이 포장재와 생분해 친환경 충전재, 물로 만든 보랭재 사용을 확대했고, 신세계 SSG닷컴은 친환경 보랭백인 '알비백'을 제작해 첫 주문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쿠팡도 신선식품의 새벽배송에 보랭백을 이용한 '로켓프레시 에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하지만 업계 곳곳에선 여전히 과대포장과 묶음 포장 등이 계속되고 있어 법과 제도를 동반한 개선이 요구된다.

코로나19를 비롯해 메르스·사스·에볼라 등 주요 전염병들은 모두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와 연관이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감염병이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라 경고한다. 비단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타임지는 17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이전보다 대기가 더 오염되고 쓰레기 분출이 많아질 거라고 우려한다. 코로나 기간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계가 친환경 대응을 소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전보다 더 강한 친환경 챌린지가 필요하다. 우선 나부터 일회용 용기와 비닐봉지를 덜 쓰고, 일회용품을 사용하더라도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는 ‘조금 불편한 삶’에 익숙해져야 한다. 포장 쓰레기가 발생하는 가정간편식(HMR) 대신 직접 식자재를 손질해 요리하는 것도 방법. 불과 몇 주 전 직장도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반강제적으로 집에 갇혔던 경험을 떠올린다면, 이런 불편함은 애교 수준이다. 400번을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보다 쉽고, 더 의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