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구진 논문… 국내 보건당국 "기온 관계없이 밀폐공간 접촉시 감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어도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가 종식될 것이라는 전망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생성 능력이 2003년 확산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3배 이상 강하다는 연구 결과를 비롯해 온도와 생존력이 크게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일 프랑스 엑스마르세이유(Aix-Marseille)대학 레미 샤렐 교수 연구진팀은 최근 논문 사전발표 플랫폼(bioRxiv)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섭씨 영상 60℃에서 140℃까지 가열한 이후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변종된 바이러스는 1시간 동안 가열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바이러스를 복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6명으로부터 얻은 바이러스 유전자의 고해상 전자현미경 사진을 지난 2월 27일 공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원숭이 신장 세포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섭씨 영상 60℃에서 1시간 동안 둔 바이러스 일부는 여전히 복제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반면 92℃에 15분간 노출된 바이러스는 완전히 비활성화됐다. 하지만 높은 열을 가하면 바이러스 유전물질(RNA·리보핵산)이 손상돼 감염검사의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열과 바이러스의 소멸 가능성의 직접적인 연관관계에 대해선 도출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원숭이 입 속에서 채취한 샘플을 비위생적인 환경과 깨끗한 환경 두 곳에 두는 실험도 했다. 비위생적인 환경은 생물학적으로 오염된 실제 상황을 모방하기 위해 동물성 단백질을 넣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실험 결과 깨끗한 환경에 있던 바이러스는 완전히 비활성화됐지만, 더러운 환경에 있었던 바이러스는 열을 가하더라도 일부가 생존했다.

연구진은 "열을 가하면 감염력이 분명히 떨어지지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양의 바이러스가 살아남았다"면서 "온도 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는 환경의 영향을 전반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에 대해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힐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최근의 일부 연구에 따르면 여름에도 계속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 연구진이 이달 초 미국 의학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의 한 대중목욕탕에서도 집단감염 사건이 발생했다. 목욕탕 온도는 한 여름보다 고온인 40℃ 이상이고 습도도 60% 이상이었는데, 지난 1월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 중 8명이 목욕탕에서 집단감염된 것이다.

SCMP는 이 사건과 관련해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코로나19의 전염성이 약해진다는 징후는 없다"면서 "다만 목욕탕 내 감염이 공기 중 비말에 의한 것인지, 손잡이 등 오염된 물체를 접촉해서 발생한 것인지 등 구체적인 감염경로를 특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SCMP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행동한다"며 "이 퍼즐을 풀기 위해 아직도 많은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기온이 올라도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온이 높아지면 실내 환기를 더 자주하는 등 전파를 막는 환경이 조성될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여름인 남반구 국가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며 "코로나19 유행과 기온 상승의 상관관계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인) 메르스도 우리나라에서는 기온에 상관없이 유행했다"며 "밀폐된 접촉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면 어디든지 코로나19 감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다만 기온이 오르면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달라져,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정 본부장은 "기온이 올라가면 실내 난방 필요성이 적어지고, 환기를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증 관리 입장에서는 유리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기온 상승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