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든 펭귄이든 먹은 만큼 싸기 마련이다. 남극 케이프할렛 캠프에서 생활하는 대원들의 고충은 적지 않지만, 그 중 하나는 볼 일(?)을 보는 문제다.

케이프할렛은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이하 카밀라)에서 해양보호구역(MPA)으로 지정된 곳. 이 곳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은 철저히 신고 관리 대상이다.

남극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케이프할렛에서는 소변만 바다로 배출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바다얼음 위에 소변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의 대변도 이 곳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상 중 하나로 간주된다. 연구팀이 조사를 하는 11월부터 새해 2월까지 배출되는 대변과 쓰레기 등은 모두 플라스틱 용기에 모아 다시 기지로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다.

바다얼음 위에 만든 화장실. 멀리서 보면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깃발로 표식을 해둔다.

문제는 추운 환경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볼 일을 볼 수 있는 가다. 특히 남극에서는 싱싱한 과일이나 야채 등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탓에 변비에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마련한 묘책은 목재로 된 화물박스를 이용해 간이 화장실을 만든 것이다. 이 공간에 대변용 플라스틱통을 놓고 변기커버까지 얹는 기지를 발휘했다.

케이프할렛 캠프 근처에 설치한 간이 화장실은 화물 운반용 목재 상자를 재활용해 제작됐다.

이 간이 화장실의 백미는 문을 열어놓고 용변을 볼 때다. 눈 쌓인 남극의 산자락과 아델리펭귄의 울음소리를 듣다보면 어느 경치 좋은 절간의 해우소가 부럽지 않다.

주의할 점은 소변은 따로 싸야 한다는 거다. 대변 통을 옮길 때 소변이 자칫 넘치거나 흐르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행히도 소변은 기지로 가져가지 않고 바다로 보낼 수 있다.

케이프할렛 캠프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에서 보는 풍경이 마치 그림 같다.
한 밤중 텐트안에서 소변이 급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변통(pee bottle). 옛날 요강을 현대식으로 재현한 셈이다.

때문에 바다 얼음 위에 소변 구멍을 뚫는 것은 연구원들의 주요 일과 중 하나다. 이번 캠프에서는 깊이 1미터 정도 구멍을 3개 팠다. 자고 일어나면 소변이 얼어 구멍 안에 차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추운 밤 텐트 안에서 밖으로 나가기 힘든 탓에 요강도 있다. ‘소변통(pee bottle)’이라고 표시해 둔 1리터 용량 물병은 텐트 속 연구원들의 애장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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