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환경부가 전국 10개 소주 제조 회사 관계자들을 불렀다. 최근 소주 회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주 공병 회수'와 관련된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자리였다. 소주 제조사들은 2009년 자율협약을 맺고, 같은 모양의 360mL 초록색 병을 공통으로 사용해 왔다. 주류 도매상을 통해 회수한 병의 라벨만 제거하면, 공병을 공유하며 재사용할 수 있게 됐다. 자원을 아끼고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하이트진로가 '뉴트로(새로운 복고) 열풍'을 타고 투명한 병에 담아 출시한 '진로이즈백'이 2000만병 팔리며 돌풍을 일으키자 지역 소주 업체인 무학 등도 다른 모양의 소주병을 사용하면서 '공용병 사용 자율협약'이 사실상 깨지게 된 것이다.
특히 하이트진로와 함께 소주 업체 '빅 2'인 롯데주류의 불만이 컸다.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가 자율협약을 어겼다"며 "투병한 병을 별도 분류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내고 가져가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하이트진로는 "롯데주류의 '청하'도 병 모양이 다르지만, 별도로 분류한 뒤 병당 10.5원의 비용을 받고 돌려준다"며 "투명한 공병도 그 정도 비용을 받고 돌려달라"고 맞섰다. 그러나 롯데주류는 "청하는 청주이기 때문에 '공용병 사용 자율협약' 대상이 아니고, '진로이즈백'의 공병이 훨씬 많기 때문에 비용도 더 내야 한다"며 공병 반환을 거부했다. 그러는 사이 롯데주류 강릉공장에는 420만병에 달하는 '진로이즈백' 공병이 산처럼 쌓였다.
주류 업계에선 "이번 소주 공병 갈등은 1·2위 업체 간 자존심 싸움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주 업계 갈등이 커지자, 뒤늦게 환경부가 나섰다. 환경부는 공통의 초록색 병이 아닌 소주병을 재분류해서 돌려주는 데 드는 비용을 객관적으로 산출하겠다며 외부에 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좀 더 일찍 중재에 나서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업체 간 자율 협상'을 이유로 뒷짐을 진 사이, '소주 공용병 사용' 자율협약도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