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육 가격 안정 2년 걸린다는데"...치킨 가격 오르나
경기도 이어 충청도 뚫리면 국내 전체 돼지 중 45%가 위험
치킨 프랜차이즈·가공식품 가격 인상 불가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파주, 연천, 김포, 강화 등 경기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돼지고기 대체재인 닭고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업계는 ASF가 전국으로 퍼지고 장기화 될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안정되려면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닭고기 소비 증가로 치킨과 육계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북 익산 하림 육계 공장 내부 전경.

26일 한국육계협회 시세정보에 따르면 25일 육계(9-10호) 도매 가격은 2692원으로 ASF 발생 전인 10일(2077원) 대비 약 30% 올랐다.

ASF 확산으로 돼지고기 평균 경매 가격이 40% 이상 오르면서 육계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BBQ, BHC, 교촌 등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육계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당장 치킨 가격을 올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ASF 사태가 악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통계청 가축동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국내 사육 중인 돼지 수는 1110만마리다. 충청도에서 사육중인 돼지 수(297만마리)가 가장 많고, 경기도(196만마리)가 뒤를 잇는다. 경기도에 이어 충청도까지 ASF가 확산되면 국내 전체 사육 돼지의 45%가량을 살처분 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국내에 구제역이 대유행한 2010년에는 돼지 332만마리가 살처분 됐다. 중국은 작년 4월 ASF가 발생해 전체 돼지 수의 약 30%인 1억3000만마리를 살처분 했다.

살처분으로 돼지 수가 급감하면 개체 수를 회복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장기간 돈육 시세가 불안정 해질 수 있다.

최재혁 대한한돈협회 과장은 "어미 돼지를 낳고, 길러서 새끼를 임신해 출산하고, 새끼가 어른 돼지가 될 때까지 2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2년 동안 돈육 수급 불안정으로 돈육 가격이 높은 시세를 내면서 대체육류인 육계 가격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당장 육계 가공 업체가 영향을 받는다. 대상(001680)은 치킨너겟, 치킨텐더, 닭가슴살 볶음밥 등 6개 제품에 100% 국산 육계를 쓰고 있고, 오뚜기(007310)는 3분 스위트칠리 치킨, 바베큐치킨, 데리야키 치킨 등 일부 레토르트 제품을 국산 닭고기로 만들고 있다. 풀무원(올가홀푸드 삼계탕)과 신세계푸드(올반 치킨텐더)도 국산 육계를 100% 쓰고 있다.

국산 신선육을 사용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수입산 냉동육을 사용할 수 없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보통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육계 업체들과 계약하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닭고기 가격 상승이 장기화 되면 지금 가격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닭고기 가격 유지를 위해 하림 같은 육계 업체들이 미리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림 관계자는 "수요 예측을 잘못할 경우 육계 가격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