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 출시를 하루 앞두고 5일 국내 언론에 신제품을 공개했다. 지난 4월 미국에서 '화면 불량' 문제로 출시가 지연된 이후 보완 작업을 거쳐 다시 선을 보인 것이다. 일부 미국 기자에게만 선공개됐던 당시 제품은 화면이 까맣게 변하거나 화면 위에 부착된 투명 필름(보호막)이 벗겨져 작동이 멈추는 등의 결함이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출시를 접고 4개월 넘게 개선 작업을 해왔다.

한국에서 갤럭시폴드가 공개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행사장인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몰린 취재진들의 관심은 온통 '결함이 해결됐느냐'에 쏠렸다. 저마다 화면을 손으로 만져보거나 여러 차례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시와 같은 결함은 없었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폴드에서 지도앱과 문자메시지, 유튜브 등 3개의 화면을 동시에 띄운 모습. 5일 삼성이 공개한 갤럭시폴드는 접었다 펼 수 있는 신개념 스마트폰이다. 폈을 때는 소형 태블릿PC와 비슷한 화면 크기다. /최인준 기자

갤럭시폴드를 받아든 기자는 1분 동안 30차례 이상 빠른 속도로 펼쳤다가 접어봤다. 화면에 주름이 생기거나 이상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화면을 펼쳐 여러 앱을 동시에 구동해도 한쪽 화면이 꺼지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쉽게 벗겨졌던 보호막을 스마트폰 테두리 아래로 넣어 사용자가 임의로 떼어낼 수 없도록 한 덕분이다. 손톱이나 볼펜으로 보호막을 벗기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만번 접었다 펴는 내구성 테스트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매일 100번 정도 접었다 펴도 최소 5년 이상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펼친 화면의 크기가 7.3인치로 아이패드 미니(7.9인치)와 비슷하지만 두껍지 않아서 양손으로 잡기에 적당했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폰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펼친 화면에서 최대 3개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손가락으로 앱을 선택하면 전체 화면에 나오고, 그 상태에서 다른 앱을 실행하면 두 앱이 세로로 분할됐다. 한 번 더 다른 앱을 실행하면 처음 실행한 앱은 왼쪽 화면에 그대로 있으면서 두 번째 앱이 오른쪽 상단으로 올라가고, 마지막 앱이 오른쪽 하단에 띄워졌다. 앱 2개를 동시에 쓰는 것도 버거운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변화로 다가왔다. 모바일 게임 '검은사막'을 왼쪽 화면에 실행하고, 오른쪽 상단에 유튜브 영상을, 오른쪽 하단에는 게임 공략 방법을 검색한 인터넷 창을 띄워도 모든 앱이 끊김 없이 작동했다.

앱을 사용하는 도중 스마트폰의 화면을 닫거나 열어도 그대로 이어서 사용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접었을 때의 콤팩트한 화면과 펼쳤을 때의 넓어진 화면을 모두 쓸 수 있다는 폴더블 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갤럭시폴드의 디스플레이는 단단한 강화유리로 된 일반 스마트폰 화면과 달리 상대적으로 유연한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돼 접히는 부분이 미세하게 움푹 들어가 있다. 동영상을 감상할 때 보는 각도에 따라 중간 부분이 화면에서 반사된 빛에 의해 살짝 왜곡됐다. 다른 스마트폰보다 100g 이상 더 나가는 무게(276g) 탓에 재킷이나 바지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 다소 걸리적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취재진은 "생각했던 것 이상"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따로따로 사는 것보다 이 한 대를 사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를 국내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전용 512GB 단일 기종으로 출시한다. 대당 가격은 239만8000원이다. 6일부터 통신 3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9월 중 갤럭시폴드를 구입한 고객에게는 몽블랑 케이스가 제공된다. SK텔레콤은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갤럭시폴드를 개통하는 '찾아가는 개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KT는 KT숍에서 갤럭시폴드를 구입한 고객에게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와 삼성전자 보조 배터리 지급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출시 행사를 열고 고객 100명에게 갤럭시폴드를 개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