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제철소 핵심 설비인 고로(용광로) 조업정지를 면하게 됐다. 환경부와 업계·전문가·시민단체가 참여한 민관협의체는 논의 끝에 문제가 됐던 블리더(안전밸브) 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블리더를 대체할 기술이 없다는 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철강업계는 최악의 사태를 벗어나게 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4 고로에서 한 작업자가 녹인 쇳물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환경부 민관협의체는 3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고로 블리더 개방을 인정하되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권고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블리더 개방 때 개방 일자와 시간, 조치 사항 등을 인허가 기관인 지자체와 유역·지방환경청에 보고하게 된다.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가루(미분탄) 투입은 최소 3시간 이전에 중단해야 하며 용광로 내 압력 조정을 위한 풍압은 기존 300~800g/㎠ 수준의 풍압은 100~500g/㎠으로 낮춰야 한다. 환경부는 또 안전배관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관리를 위해 먼지 농도(불투명도) 기준을 설정해 관리한다.

환경부는 2020년까지 기술 검토를 거쳐 4개의 블리더 중 방지시설과 연결된 세미 블리더밸브(오염물질 저감 장치)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무인기로 지난 5월21일부터 7월23일까지 4차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안전배관 상공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미분탄 투입을 조기 중단하고 세미 블리더밸브를 활용하는 경우 오염물질이 적게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한승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블리더밸브 문제는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으나 앞으로 적정관리를 통해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유사사례의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발표에 시름을 덜게 됐다는 분위기다. 앞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 6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각각 제철소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통지 받았다. 두 제철소가 고로 블리더를 개방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게 이유였다. 업계는 "100년 세계 철강 역사에서 유례 없는 규제"라며 반발했다. 고로는 5일 이상 가동하지 않으면 쇳물이 굳어져 재가동이 불가능하다. 이를 복구하는데만 3개월 이상 걸린다. 당시 업계는 고로가 멈추면 피해액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민관협의체의 발표 이후 블리더밸브 운영계획 등을 포함한 변경신고서를 제출하면 충청남도와 전라남도, 경상남도는 변경신고 절차를 진행한다. 변경신고가 이뤄지면 철강업체들은 불법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민관협의체의 권고에 따라, 변경 신고절차를 완료하면 더 이상의 위법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는 물론 국민적 눈높이에 맞춰 더욱 엄정하고 투명하게 환경개선을 실천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