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 사는 주부 김지은(57)씨는 일주일에 한 번 마트에 갈 때면 꼭 장바구니를 들고 간다. 제주도가 지난 2016년 도내 대형마트 4곳, 중형마트 6곳 등 10개 마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자율포장대에 비치하던 종이 박스, 포장 테이프 등을 없앴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자주 장을 보다 보니 곧 익숙해졌다"며 "이제는 오히려 손으로 들기에 불편한 데다 집에 와서 다시 분리 배출해야 하는 종이 박스가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앞으로는 전국 대형마트에서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종이 박스와 포장용 테이프, 노끈 등을 볼 수 없게 된다. 환경부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등 4개 대형마트와 이런 내용의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제주도 지역 대형마트의 성공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환경부는 밝혔다. 이날 협약을 맺은 대형마트 4곳은 앞으로 2~3개월간 준비 작업을 거쳐 이르면 연내 전국 점포에서 종이 박스를 치우게 된다. 장바구니 없이 마트에 갈 경우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거나 장바구니를 빌려야 한다.

장바구니 시대 이르면 연내 개막

29일 주요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에서는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본 적이 없는 공무원들이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종이 박스를 이용하던 주부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포털사이트 뉴스난에는 "어차피 버리는 종이 상자를 다시 쓰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 "포장용 테이프를 (친환경인) 종이테이프로 바꾸면 해결되는 문제 아니냐"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환경부는 가정으로 가져간 종이 박스에 포장 테이프 등이 붙어 있어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종이 박스를 재활용해 마트에서 구입한 물품을 옮기는 것보다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마트들이 제품 매입 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종이 박스로는 모자라 포장용 종이 박스를 따로 사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종이 박스를 사용하면) 포장 테이프· 노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이 늘어나고, 가정으로 간 종이 박스는 마트에서 폐기할 때보다 분리 배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재활용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3개사 기준 지난해 연간 포장용 테이프·노끈 배출량은 658t에 달한다.

'종이 영수증' 보기 힘들어진다

정부는 또 갤러리아백화점,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롭스,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아성다이소, 이랜드리테일,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AK플라자 등 13개 유통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 종이 영수증을 없애기로 했다. 이날 협약을 맺은 업체들은 점진적으로 종이 영수증이 아닌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전자 영수증 발급량을 늘려갈 예정이다. 전자 영수증이 도입되더라도 소비자는 필요한 경우 종이 영수증을 요구할 수 있다. 13개 업체의 지난해 종이 영수증 총발급량은 14억8690만건으로, 이 영수증을 모두 합치면 1079t에 달한다. 종이 영수증은 코팅 용지에 특수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5개 대형마트와 속비닐 사용량을 줄이는 '일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 결과 5개 대형마트의 2018년 5월~2019년 4월 1년간 속비닐 사용량이 109만7696t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176만 7164t) 대비 37.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