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산]
올해 2% 성장 위협·대외여건 악화에 경기부양 목적

정부가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약 13% 늘리기로 했다. 이는 4대강 사업을 벌였던 2009년 이후 1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SOC의 경기진작 효과가 작고 전국적으로 인프라(기반시설)가 상당수 확충됐다는 점을 근거로 관련 예산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올해 2.0% 성장률 달성이 위협받을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고, 대내외적 여건도 어려운 상황이라 SOC 사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한 터널에서 보수보강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0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SOC 부문 예산은 22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9%(2조6000억원) 증가했다. 4대강 사업으로 관련 예산이 대폭 늘었던 2009년(26.0%·국회 확정안 기준)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SOC예산은 지난 2015년 2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액 편성된 이후 지속적으로 감축됐었다.

내년도 SOC 예산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도로 건설 예산에 전년보다 8000억원 많은 6조7000억원, 철도·도시철도에는 1조2000억원 증가한 6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해운·항만 개발에는 2000억원 늘어난 1조9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도시재생사업 등을 포함한 지역 및 도시개발에는 2조4000억원을 책정, 올해보다 4000억원 증액했다. 물류·항공·산단 개발 예산은 5000억원 증가한 3조4000억원이었다. 수자원 예산만 전년 대비 4000억원 줄어든 1조3000억원이었는데, 이는 지방으로 6000억원의 예산이 이양되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SOC 예산 증가분 대다수가 노후 기반시설에 대한 선제적 안전투자, 신기술을 활용해 기반시설을 고도화하는 스마트 인프라 등 기존 SOC의 공공성을 확충하는 데 투입돼 예년보다 예산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초 정부가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확정해 추진 중인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부문에도 4700억원이 사실상 신규 책정됐으며 광역교통망 확충 예산도 올해보다 증액되는 등 정부가 벌이고 있는 토목사업도 SOC 예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으로 대도시권 교통혼잡 완화 차원에서 진행되는 17개 혼잡도로 개선사업(1230억원) 예산은 전년 대비 360억원 늘었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1350억원) 역시 올해 착공으로 사업이 본격화된 까닭에 올해보다 550억원의 예산이 더 투입된다. 세종~안성(1600억원), 포항~영덕(940억원), 울산~포항 복선철도(850억원), 도담~영천(4980억원) 고속도로 및 철도망 구축 사업에도 올해보다 적게는 340억원에서 많게는 1600억원이 더 편성됐다.

국회 확정안 기준, 2020년은 정부안.

여기에 사실상의 SOC로 꼽히는 ‘생활SOC’ 예산도 내년에 10조4000억원이 책정돼 올해(8조원)보다 2조4000억원 늘었다. 생활SOC는 도로와 철도 등을 건설하는 전통 SOC를 포함해 지역 여가·문화시설, 어린이집과 노인요양시설 등 복지시설을 짓고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쓰이는 예산이다. 기존 SOC 예산에 포함되는 도로 및 철도 예산(2조80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문화체육시설 예산에 1조1100억원, 돌봄인프라 건립에 9300억원 등이 책정됐다.

내년 이후에도 SOC 예산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내년에는 설계 등이 진행되는 초기 단계라 사업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지만, 사업이 진척될수록 투입되는 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내년 예산은 5000억원 수준이지만 내년 이후부터는 2조~3조원 이상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본계획수립이 추진돼 내년 10억원의 예산만 편성된 GTX-C노선이나 최근 예타를 통과한 GTX-B노선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내년도 SOC 항목별 예산.

여기에 상당한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준공영제 시행과 같은 사업도 내년 이후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내년 7월 준공영제 용역이 마무리되는대로 시범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내년도 예산안에 M버스(광역급행버스) 준공영제 시범사업 예산을 13억5000만원 책정했는데, 정부가 M버스 뿐 아니라 모든 광역버스를 대상으로 준공영제를 실시하기로 한 만큼 내년 이후 관련 예산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3기 신도시도 내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예산이 투입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는 내년 하반기에 지구단위계획 승인을 받고 2021년 상반기 이후부터 보상과 착공에 들어가 그때부터 조성 예산이 본격적으로 투입된다"면서 "2020년 예산안에는 광역교통망 구축 외에 직접적인 택지 조성 등에 필요한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2020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SOC 예산은 2023년까지 연평균 4.6% 증가할 예정이다. 액수로도 2021년 23조4000억원(4.9%), 2022년 23조7000억원(4.9%), 2023년 23조7000억원(0.3% 감소)으로 23조원을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