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취업문이 더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마저 대규모 공개채용 대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등 채용을 줄여가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글로벌 일자리대전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21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 699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기업 중에서 공개채용을 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56.4%로 작년 하반기 67.6%보다 11.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수시채용 계획이 있는 대기업은 24.5%로 12.7%포인트 늘었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의 공채 폐지를 시작으로 SK그룹, KEB하나은행 등이 공채 축소를 준비하는 등 대기업 공채 축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기업 3곳 중 2곳이 공채 모집을 해오던 것이 올해 하반기는 2곳 중 1곳꼴로 줄었다. 공채를 하고 있더라도 계열사별 수시 채용도 함께 진행하는 등 인재 확보 방식이 달라지는 추세다.

구직자들은 공채가 수시채용으로 전환되면서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필요에 따라 수시로 뽑으면 예전만큼 대규모 채용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도 늘어났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상장사 699개사 가운데 하반기 대졸 신입을 뽑지 않겠다고 한 기업이 11.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한 기업은 6.7%였다. 대기업 채용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대기업 채용 규모는 4만482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4.1%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9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고용전망’을 통해 20대 후반 연령층에서 고용둔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제조업 고용이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며 "올해 하반기 고용은 지난해 급격히 둔화된 기저 영향으로 수치상 일부 개선이 나타날 수 있지만, 고용의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묻지마 취업’도 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취업을 원하는 기업’에 대한 질문에 구직자 5명 중 2명이 ‘취업만 되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답변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취업이 어려워 구체적인 목표 기업이나 직무를 정하지 않고 무조건 ‘입사’에만 집중하는 구직자들이 많은데, 이러한 접근은 ‘묻지마 지원’이나 조기 퇴사로 이어져 다시 구직자로 돌아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