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동물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스마트폰과 동물의 뇌에 심은 초소형 기기를 무선(無線)으로 연결해 뇌 신경세포(뉴런)를 자극하는 원리다. 이 기술은 기존 전기 자극과 달리 특정 뇌 신경세포만 정밀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정재웅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부)는 8일 "미 워싱턴대와 공동으로 스마트폰 앱을 조작해 생쥐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 분비를 늘리거나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도파민은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뇌 신경세포를 자극해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발하는 물질이다. 도파민 분비가 활발하면 기분이 좋아져 행복감을 느낀다. 반대로 부족하면 우울증·조현병 증상이 나타나거나 근육이 떨리는 파킨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도파민을 생쥐의 뇌에서 인위적으로 늘리거나 줄임으로써 동물 행동을 조절하는 실험을 했다. 우선 50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굵기의 탐침이 달린 초소형 기기를 생쥐 뇌에 이식한 뒤 이 기기를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했다. 스마트폰 앱을 조작해 생쥐 뇌에 특정 약물을 주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약물은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늘리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으로 도파민 분비를 늘렸더니 가만히 있던 생쥐가 빙글빙글 도는 등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반대로 도파민 분비를 줄였더니 다시 멈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좀 더 정교한 도파민 분비 조절을 위해 빛도 이용했다.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신경세포에 이식한 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쪼였다. 이 단백질은 빛과 반응해 신경세포에서 도파민 분비를 늘리거나 줄이는 기능을 한다.
정 교수는 "약물이나 빛을 이용하면 신경세포 하나만 정확하게 자극할 수 있어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신경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