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뚝뚝, 중국선 쑥쑥

조선일보
  • 김성민 기자
    입력 2019.08.07 03:13

    화웨이 스마트폰, 자국내 애국소비로 2분기 버텨
    미국 제재 3개월, 세계 시장 요동… 삼성 반사이익

    미국의 제재 여파가 화웨이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무섭게 치고 나오던 화웨이가 주춤한 사이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미국 정부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론 등 미국 IT,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재를 시작했다. 이 영향으로 화웨이는 올 2분기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미국의 제재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 'IT 공룡'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화웨이 폰에 탑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가 외면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런정페이(오른쪽) 화웨이 회장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에게 런던 사무실을 안내하는 모습.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속에 올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런정페이(오른쪽) 화웨이 회장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에게 런던 사무실을 안내하는 모습. /블룸버그
    올 초까지만 해도 화웨이의 기세는 대단했다. 올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으로 애플을 제치고 2위로 치고 올랐다. 특히 동유럽에서는 1분기 시장 점유율 28.7%를 차지하며 1위인 삼성전자(30.1%)를 바짝 추격했다. 화웨이는 "올해 말엔 글로벌 1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정옥현 서강대 교수는 "화웨이의 서유럽 등 해외 시장 판매는 지속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내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부진에 삼성전자 반사이익

    화웨이의 2분기 성적표는 처참하다. 6일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분기 서유럽에서 1분기보다 33% 급감한 480만대를 팔았다. 1분기엔 애플을 제치고 점유율 2위로 올라섰지만, 2분기 다시 3위로 내려앉았다. 동유럽도 마찬가지다. 2분기 판매량(510만대)은 전 분기보다 18% 줄었다. 중남미 시장에서도 440만대를 팔며 점유율 12.3%에 그쳤고, 신흥 전략시장으로 꼽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판매량도 감소했다.

    전 세계 업체별 스마트폰 판매량 외
    침몰하는 화웨이를 버티게 한 것은 중국 내수 시장이다. 화웨이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량이 10% 이상 감소했지만, 중국 내 '애국 소비'가 이어지면서 전체 판매량 급락을 막았다. 화웨이는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지난 분기(3000만대)보다 24% 늘어난 37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이 덕분에 화웨이의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1분기보다 소폭(0.7%) 감소한 5870만대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현지 시각) "화웨이는 해외 시장의 부진을 자국 시장으로 만회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부진은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세계 판매량은 1분기보다 6% 증가한 7630만대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에 비해서도 6.7% 늘었다. 특히 화웨이가 무너진 유럽에서 약진했다. 2분기 서유럽에서 1분기보다 30만대 많은 980만대를 팔았고, 동유럽에서는 100만대 늘어난 750만대를 판매했다. 판매량은 중남미에서 18%, 중동·아프리카에서는 6.7% 증가했다.

    ◇"하반기 전략 폰이 갈림길"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하면서 화웨이의 앞날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거래 제한을 90일간 유예했는데, 오는 13일이면 유예기간이 끝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것으로 봤지만,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화웨이 폰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서비스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소비자는 더 차갑게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이미 지난 6월 페이스북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자사 앱을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화웨이는 이달 자사 첫 5G 스마트폰인 '메이트20X'를 출시하고, 올가을엔 폴더블폰 등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버틴다는 전략이다. 올 4분기엔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인 '훙멍'을 탑재한 스마트폰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전략폰으로 내놓는 것들이 세계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경우 화웨이의 진격은 멈출 수밖에 없고, 내수 기업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론도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이 극단적인 방향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고, 충분한 내수를 가진 중국에서 버티며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화웨이는 미국 스마트폰 판매가 미미하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세 폭탄의 영향이 적다"며 "올 하반기에는 다양한 신제품을 바탕으로 중국 외 다른 지역 판매량도 점차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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