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주요 전자·부품 계열사의 사장단이 여름휴가를 반납한다.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비상 경영에 나선 것이다.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은 5일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긴급 비상 대책 회의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구체적인 위기 대응책은 공개하지 않았다. 단 단기 처방과 함께 중장기 미래 대책도 주요 안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주요 사장단은 각자 예정된 하계휴가를 가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부회장도 휴가 계획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며 "이 부회장이 지난달 중순 발동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 계획)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6일부터 평택(메모리), 기흥(비메모리·파운드리), 온양·천안(반도체개발·조립검사) 등 삼성전자의 전국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으로선 이렇게 관리하지 못하는 외부 대형 이슈가 두 가지나 터진 데 대해 불안감이 팽배하다"며 "밑바닥부터 세밀한 대응책을 하나씩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