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일본이 예정대로 2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강행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약 한 달간 이어진 일본 불매운동은 맥주와 패션브랜드, 화장품은 물론 자동차와 의약품, 호텔 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중대기로에 놓인 한일 관계가 해결되기 전까지 불매운동은 이례적으로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의 일본제품판매 중지 기자회견

불매운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상품은 일본산 맥주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7월 일본 맥주 매출은 6월보다 약 63% 가량 줄었다. 일본 라면은 53%, 조미료는 33% 매출이 감소했다. 편의점 CU(씨유)에서도 7월 일본 맥주 매출이 전월보다 51% 가량 줄었다.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를 사지 않으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발주가 자동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마트 3사는 현재 일본산 맥주를 발주하지 않고 있다. 이들 마트 발주 시스템은 재고가 있으면 발주가 자동으로 중단되는데, 일본 맥주 판매가 저조해 신규 발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CU도 에비스, 아사히, 월계관, 하쿠시카 등 5종의 발주를 정지했다.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들은 ‘4캔 1만원’ 행사에서 일본산 맥주를 제외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한국산 제품에 일본산 재료를 사용했는지부터 바코드 숫자까지 확인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은 일본산 미강 추출물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며 원산지 논란이 이어졌다. 오뚜기는 일본산 용기를 사용하고 동원 즉석밥은 산소흡수제가 일본산인 경우가 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맥주 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여행 등도 불매운동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는 약 30% 가량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임원이 일본 불매운동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더욱 확산됐다. 이후 유니클로 측이 공식 사과하고 각 매장에 사과문을 배치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SK-Ⅱ, 시세이도 등 일본 화장품 브랜드도 20%가량, 꼼데가르송과 이세이미야케 등 일본 패션 브랜드는 10% 이상 매출이 줄어든 상황이다.

ABC마트, 데상트 등 일본 기업도 매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BC마트는 매출이 줄자 이날부터 사흘간 온라인몰 단독 세일을 진행한다는 문자를 소비자들에게 보냈다. 강지영(37)씨는 "일본 각의에서 우리나라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린 동일한 시간에 일본 기업 ABC마트가 카카오톡을 통해 온라인 전용 세일 광고를 보냈다"며 "불매운동을 피해가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에서 발주가 중단된 일본 맥주

지방자치단체도 동참했다. 서대문구 등 전국 52개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일본 여행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에서 일본 여행을 예약하는 하루 평균 인원수는 평소보다 약 70% 가량 줄었다. 일본 여행 비중이 높은 저가항공사도 타격을 받고 있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이번달 일본행 탑승률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티웨이항공은 극성수기인 8월 평일 오키나와행 편도 운임료를 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도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운항이 중단되고 있다. 한일고속해운은 부산과 대마도를 오가던 오로라호의 운항을 지난달 8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중단한다. 한일 갈등이 심화하면서 대마도 여객선 예약 취소가 늘어 선박 점검 등을 이유로 휴항을 결정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몰라 유통업계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라며 "불매운동으로 국내 업체가 큰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 같지도 않다. 하루빨리 한일 갈등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