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퇴행과 운동 능력 실조 증상을 불러오는 루게릭병 환자 A(60)씨는 최근 개인 유전자 검사에서 ‘TDP-43’의 발현이 일반 사람들보다 많다는 사실을 들었다.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A씨의 유전자 TDP-43을 정상인의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면 A씨는 루게릭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중 하나로 알려진 유전자 가위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더 정밀하게 효소를 사용해 돌연변이 DNA를 제거하고 다른 DNA를 삽입하도록 기술적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면 인간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 주는 단백질부터 병·충해를 입지않는 농작물 품종의 개발이 가능한 상태다. 특히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어려운 인간의 유전 질환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생명공학 연구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3세대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이다. 가이드 RNA를 이용해 변이가 있는 DNA 염기서열을 찾아내고 카스9이라는 효소로 유전자를 편집한다.
이 3세대 기술은 1, 2세대 유전자가위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1세대 ‘징크 핑거 뉴클레아제(Zinc Finger Nuclease)’와 2세대 ‘탈렌(TALEN, Transcriptor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의 경우 염기서열을 세우고 ‘Fokl’ 효소를 결합하는 등 만들기 어려웠다.
DNA 염기서열이 역방향으로 반복된 형태인 크리스퍼는 그 자체로 카스9 효소를 통해 유전자 절단 기능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1,2세대처럼 별도로 효소를 결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크리스퍼 카스9은 의도한 부분이 아닌 엉뚱한 부분을 쉽게 잘라낼 수 있다는 단점을 갖는다. 한 번 잘려나간 DNA는 다시 복구할 수 없다.
전세계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유전자 가위의 단점을 극복하고 대체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는 중이다. 일례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진 장펑(Zhang Feng)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는 카스9을 대체할 효소로 ‘Cpfl’ 단백질을 지목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위원은 지난 2017년 이 Cpfl 효소를 사용한 크리스퍼가위로 특정 유전자 내 DNA 염기 하나만을 편집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카스9으로는 교정할 수 없는 정교한 편집이 동물실험 수준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당시 연구팀은 생쥐의 멜라닌 생성에 관여하는 티로시나제(Tyr) 유전자를 크리스퍼-Cpfl을 이용해 염기 내 특정 위치만을 바꿨다. 그 결과 유전자 교정 생쥐는 각각 근무력증과 백색증을 갖게 됐다.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과 달리 오작동을 막는 연구도 있다. 크리스토퍼 유전자 가위의 효소에 발현을 결정하는 스위치 역할을 달아 필요할 때만 DNA 절단을 하는 방식이다. 기존 유전자가위에 안전장치를 추가한 셈이다.
절단이 아닌 다른 유전자 편집 도구를 개발하는 연구도 한창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최근 유전자를 절단하지 않는 새로운 유전자 편집 방식 ‘인테그레이트(INTEGRATE)’를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결과를 발표했다.
이 인테그레이트 편집 방식은 콜라라균에서 ‘점핑 유전자(jumping gene)’라고 불리는 이동성 유전자를 이용한 것이 핵심이다. 크리스퍼가 카스9 효소로 DNA를 절단해 DNA 사슬로 들어간다면 점핑 유전자는 효소를 사용해 들러붙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핑 유전자를 사용할 경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갖는 변이 후 DNA 염기의 탈락, 추가 등 오류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잘라진 DNA는 일반적으로 ‘NHEJ(상동 말단 접합)’이라는 세포 보상과정을 통해 복구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DNA 복구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점핑유전자는 원하는 위치에 달라붙어 삽입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복구 과정 시 발생할 수 있는 오류가 없다는 것이 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다만, 아직까지 실험동물이나 사람 대상 유전자 편집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국내 유전체 관련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쉬운 제작 과정과 저렴한 비용으로 유전체 교정 연구의 가속화를 불러왔다"면서 "아직까지 정복되지 못한 인간 유전성 난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정밀화된 유전자 가위 기술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