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수출 규제, WTO 협정 어긋나…단호하게 대응”

입력 2019.07.01 12:09 | 수정 2019.07.01 13:26

홍남기 부총리 주재 대책회의…오후 공식 입장 발표

일본 정부가 반도체 및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및 소재 3종에 대한 대한(對韓) 수출 규제에 나선 데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WTO 협정에 어긋나는 조치"라며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1일 오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1일 ‘2019년 6월 수출입동향’ 관련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일본의 반도체 부품 3종에 대한 수출 규제 방침을 묻는 질문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어긋나는 조치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제법과 합치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부당하거나 국제법에 어긋나는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무역투자실은 통상교섭본부 산하이긴 하지만, 일본 정부와의 통상 교섭 업무를 직접 담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산업부와 한국 정부의 대응 기조를 시사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일본 경제산업성은 4일부터 불화폴리아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등 반도체 핵심 부품 3종의 한국 수출 및 기술 이전에 대해 개별 허가제로 전환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금까지 이들 제품은 모두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이어서 일일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오후 4시 수출상황점검회의에 앞서 정부 공식 발언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는 (한국 정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하고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부품 3종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일본 경제산업성 웹사이트.
이번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에 나선 3종의 제품은 반도체 및 OLED 생산에 필요한 핵심 중간재다. 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는 반도체 웨이퍼 세척에 쓰이며, 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액이다. 불화폴리아미드는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소재다. 이들 소재는 반도체, OLED 생산에 쓰이는 핵심 재료면서 일본 업체들이 대부분을 생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는 일본 스텔라와 무라타가 대부분을 생산하고, 레지스트도 일본 업체의 점유율이 90% 정도다.

일본 정부의 이번 발표는 반도체 산업의 ‘전략물자’ 수출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개별 허가제로 바뀔 경우 3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일본 정부의 자의적 규제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11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불화수소 대한 수출 물량을 불승인했다가, 이틀 만에 허가한 적이 있다.

또 경제산업성은 첨단재료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는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키로 하고 의견 모집 절차를 시작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 국가로 지정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등 27개국이고, 우리나라는 2004년 지정됐다.

경제산업성은 "한국과의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황"이라며 "수출 관리를 제대로 실시하는 관점에서 엄격하게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과의 신뢰 관계에서 수출관리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경제산업성은 덧붙였다.

한편 일본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는 "극약 조치로 장기적으로 보면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의 재량적인 규칙에 따라 공급이 이뤄지면, (한국 입장에서) 전략 물자의 안정적인 조달을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반도체 소재의 탈일본 현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 2010년 중국의 대일 희토류 수출 규제를 거론하면서 당시 일본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희토류 대중 수입을 낮춘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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