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다고 1일 발표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지 8개월여 만에 내린 조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이달 4일부터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TV, 스마트폰의 유기EL(전자형광) 디스플레이 패널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필요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 수소) 3개 품목의 수출 규제가 시행된다.

산케이신문은 "무역 관리에 대해 한국과 일정 기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 제대로 된 답변을 요구했지만,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어 이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 밖에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대응 조치"라며 "발동되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NHK는 이번 조치에 대해 "한·일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이라며 "징용을 둘러싼 문제가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미국·독일·영국 등 27개 우방국을 ‘화이트 국가’로 선정해 수출 과정에서 허가 신청을 면제해줬다. 한국도 2004년 이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을 명단에서 제외해 수출을 통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허가권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쥐고 있다. 허가에 걸리는 기간은 90일 정도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확보한 소재 재고량은 대략 한 달치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가 허가를 차일피일 미룰 경우 최악의 경우엔 당장 8월부터 반도체와 OLED 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거대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자유무역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