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증가하던 생산과 투자가 지난달 다시 감소로 돌아서고, 제조업 재고율이 IMF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는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전(全) 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0.5% 내려 석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비스업은 0.1%, 공공 행정은 0.5% 증가했지만, 광공업 특히 제조업의 부진이 컸다. 석유정제·금속가공·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은 전달보다 1.5% 감소했다.
기업의 해외 이전, 폐업, 구조조정 등으로 제조업 생산 능력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제조업의 적정 생산 가능량을 뜻하는 생산능력지수는 10개월 연속 하락해 197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나타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7%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포인트 떨어졌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조업 재고율은 118.5%로 전달보다 2.6%포인트 상승해 1998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 요인이었던 투자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다. 5월 설비 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1.5% 감소했고, 건설 기성(시공 실적)과 건설 수주(공사계약 체결액)도 각각 5.3%, 36.6% 감소했다. 그나마 소비는 여름용 의류와 가전제품 판매가 증가한 덕에 전달에 비해 0.9% 늘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해 최근 13개월간 이어진 내림세가 일단 멈췄다. 그러나 향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월 반등했다가 5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생산과 투자가 부진하지만 3~4월 두 달 연속 증가에 따른 조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동행지수는 상승했으나 선행지수는 하락해 향후 전망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정 조기 집행과 투자 활성화 노력이 반영돼 2분기에 경기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던 정부의 전망이 빗나가면서 올해 2%대 중반 성장 목표는 더 멀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경제 전망에서 상반기 2.3%, 하반기 2.7% 성장률로 우리 경제가 연간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1분기 -0.4%(전분기 대비) 역성장을 감안하면 2분기에 1.5% 이상 성장해야 상반기 2.3% 목표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산업활동 동향과 수출 부진을 고려하면 2분기 성장률이 잘해야 1%대 초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