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근무로 인력들 떠나자 ‘경력직만 채용’ 관행 폐지
기금운용직을 민간에서 경력자로 뽑아온 국민연금이 앞으로는 운용역을 처음부터 육성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계속되는 운용인력 이탈에 고심 중인 국민연금이 경력 채용만으론 답이 안나오는 충원 문제를 ‘직접 양성’ 카드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큰손’ 국민연금의 구성원 평균 연차가 낮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운용역의 인사·보수·교육을 담당하는 운용지원실 업무에 ‘기금운용 전문인력 양성’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 내용은 조만간 기금본부 운영규정에도 반영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법에 인력 양성 조항이 만들어져 해당 업무를 기금본부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월 국민연금법에 기금운용 인력 양성을 골자로 하는 제27조의 3항을 신설했다. 다음달 16일부터 시행되는 이 조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국내외 교육기관·연구소 등에 교육훈련을 위탁할 수 있다.
그간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인력을 경력직으로만 채용해왔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675조원에 이르고 국내외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어마어마한 만큼 신참보다는 민간 영역에서 경험을 충분히 쌓은 전문가에게만 기금운용을 맡기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기금본부가 2017년 2월 서울에서 전주로 둥지를 옮긴 후로는 운용역들의 잇딴 퇴사가 조직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기금본부가 매년 두 차례씩 운용역 공개모집을 실시하고 있지만, 뽑아놓으면 그만큼 퇴사하는 상황이 멈추지 않고 있다.
다급해진 국민연금이 짜낸 궁여지책은 고참이 떠난 자리를 신참이라도 채울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기금본부는 작년 9월 상위 직급 결원의 범위 내에서 하위 직급을 더 임용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바꿨다. 지난달에는 투자실무 경력 1년 이상 3년 미만인 주임운용역 채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다듬기도 했다.
이 두 조치가 금융투자 경력이 짧은 종사자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이었다면 이번 ‘전문인력 양성’ 업무 추가는 아예 경력이 전무한 사람에게도 교육을 통해 기금운용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기금본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력 양성 방식은 아직까지 확정된 게 없다"며 "올해 하반기에 조직 컨설팅을 받을 예정인데 이때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인력의 연차가 점점 짧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이 해외투자·대체투자 확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험이 풍부한 인재가 줄어드는 건 좋은 딜 선점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