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공룡 국민연금공단이 국내투자 비중을 낮추고 해외투자를 늘리는 정책 기조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도 강화된다. 675조원에 이르는 기금의 투자처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수익성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2024년에는 국민연금이 집행하는 투자의 절반이 해외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금위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3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2019년도 제5차 회의를 열고 ‘2020~2024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과 ‘2020년 기금운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중기자산배분안은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성·안정성 제고를 위해 매년 수립하는 5년 단위의 기금운용 전략이다.

기금위는 수년 전부터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또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부동산·인프라 등으로 투자 영역도 다각화하고 있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투자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대내외 위험요인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장기 수익률을 높이겠다"고 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기금위는 내년 말까지 전체 운용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 18%에서 17.3%로 줄인다. 국내채권 투자 비중도 45.3%에서 41.9%로 낮춘다. 반면 해외주식은 20.0%에서 22.3%로 2.3%포인트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채권 투자도 4.0%에서 5.5%로 강화된다. 대체투자의 경우 현 12.7%에서 13.0%로 늘어난다.

기금위는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비중이 오는 2024년 50%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675조3000억원이다. 국민연금은 이중 32.1%에 해당하는 216조4000억원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기금위는 ‘큰손’ 국민연금의 한국 시장 이탈에 대한 국내 증시 참여자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단기적으로 국내주식과 국내채권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해외자산은 점진적·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 말 기준 자산군별 총 투자금액은 747조9000억원으로 확정됐다. 국내주식 129조7000억원, 해외주식 166조9000억원, 국내채권 313조3000억원, 해외채권 41조2000억원, 대체투자 96조9000억원이다. 박능후 장관은 "중기자산배분은 기금운용 성과의 90% 이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투자전략"이라며 "안정적인 성과를 꾸준히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