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렌털 시장이 커지면서 웅진코웨이, 교원웰스 등 중견 업체 중심인 국내 렌털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대기업이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면서 렌털 시장도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다. 렌털업계 일각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 점유율이 늘면서 중견 렌털 업체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29일 렌털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 현대렌털케어, SK매직 등 대기업 렌털 업체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렌털 사업 매출은 2924억2000만원으로 2016년(1134억3200만원)과 비교해 2년만에 약 2.6배 늘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렌털 매출은 963억원으로 2018년 1분기(596억원) 대비 61% 증가했다.
현대홈쇼핑이 2015년 설립한 현대렌털케어도 지난해 매출 454억원을 기록해 전년(226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현대렌탈케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SK네트웍스(001740)가 2016년 동양매직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SK매직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6591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1분기 매출도 1807억원을 기록해 전년(1491억원)보다 20% 이상 올랐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렌털업계에 진출한 대기업 매출이 급성장한데는 브랜드 파워, 자금력과 조직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SK매직의 경우 모회사인 SK네트웍스가 주유소 판매망을 가지고 있어 이를 이용한 프로모션을 유리하게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렌털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성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렌탈시장 규모는 2012년 4조6000억원에서 2019년 12조원, 2020년에는 18조5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기업간 거래(B2B) 렌털 시장까지 합하면 2020년에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렌털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LG전자에 이어 자사 생활가전 제품을 직접 렌털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다음달 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9 코리아 렌털쇼’에 참가해 단독 부스를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렌털쇼 전시회에 참가해 현대렌탈케어와 웅진코웨이 옆에 부스를 마련하고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 등 렌털이 가능한 자사 가전 제품을 알릴 예정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교원웰스와 청호나이스를 통해 자사 제품을 간접 렌털하는 방식은 취했지만 그동안 중견⋅중소업체 사업군으로 인식된 렌털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았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렌털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공기청정기 같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제품군의 일시불 판매만 고수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체된 가전시장을 뚫을 대안으로 LG전자가 렌털 사업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도 렌털시장 진입이 고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현재 렌털 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렌털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홍보 차원에서 여는 행사"라고 선을 그었다.
대기업들의 렌털 시장 진출로 기존 중견 렌털 업체들도 동반 성장하는 분위기다. 막강한 경쟁자(대기업)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중견기업)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뜻하는 '메기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웅진코웨이나 교원웰스 같은 기존 주요 중견 렌털 업체들의 매출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교원웰스의 지난해 매출은 1570억원으로 전년(1208억원) 대비 29.9% 올랐고, 웅진코웨이의 지난해 매출(2조7073억원)도 전년(2조5167억원)과 비교해 7.5% 증가했다.
다만 자금력 등을 앞세운 대기업에 시장을 내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렌털업체 관계자는 "기존 정수기 중심의 렌털 시장이었지만 최근 렌털 수요가 다양화 되면서 침대, 건조기,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상품 다양화가 추진되고 있어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다만, 대기업과 겹치는 경쟁 사업 제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향후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