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푸드코트...임대료·관리비에 설거지비까지 입점업체에 부과
코엑스몰·롯데월드몰도 임대료·관리비 등 매출의 40%
"식자재·인건비 제하면 남는것 없어"...창업 후 폐점 줄이어
위탁·전대 운영구조 탓...전문가 "쇼핑몰 맹신 말고 타깃 고객 명확해야"

해외 유명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한 김규형(가명·32)씨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필드에 약 50평짜리 식당을 냈다. 매출은 하루 160만원 안팎으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년도 채 안돼 폐점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임대료와 관리비, 수수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달간 번 약 5000만원의 매출 중 신세계에 낸 임대료와 관리비는 1500만원. 유틸리티 비용(전기·수도·가스비)과 카드수수료,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약 2000만원을 내야했다. 매출의 40%에 달하는 금액이다. 식당에서 가장 많은 비중(30%)을 차지하는 식자재비보다 훨씬 많았다.

그래픽 송윤혜

여기에 주 7일 운영되는 쇼핑몰 특성상 직원 인건비는 평일보다 두 배 더 들었다. 김씨는 "장사가 안되거나 손님이 없는 날도 계속 식당을 운영해야 해 더 힘들었다"고 했다. 인건비(30%)를 주고나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었다. 초기 인테리어로 약 2억원의 비용을 썼지만, 이 돈도 회수하지 못한채 창업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쇼핑몰 임대료가 과도해 청년이나 소상공인의 창업의지를 꺾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이 높으면 임대료를 더 떼가는 연동형 구조인데다, 관리비도 비싸기 때문이다.

조선비즈가 14일 주요 쇼핑몰의 임대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약 100평의 매장을 내려면 2000만원의 기본임대료를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평 매장은 1200만원이다. 이 금액은 말그대로 ‘기본’이다. 매출이 많이 나오면 15%를 임대료로 내야 한다.

예컨대 50평 매장이 한달 1억원의 매출을 내면 임대료는 기본임대료(1200만원)가 아닌 1500만원을 내는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매출이 줄어도 기본임대료는 유지된다.

여기에 평당 6만원의 관리비도 별도로 부과한다. 100평 매장이면 관리비만 600만원이다. 전기·가스·수도비 등 유틸리티 비용과 카드수수료(2.2%)도 업종별로 다르지만 수백만원 가량 든다. 9.1%의 부가세도 내야한다.

조선DB

스타필드의 식당가(푸드코트) 수수료는 이보다 더 높다. 매출의 최대 18%를 부과한다. 여기에 설거지 비용 6%가 추가된다. 고양 스타필드에 5평짜리 프랜차이즈 식당을 낸 신모씨도 1년만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한 달 3000만원의 매출 중 스타필드가 약 25%를 임대료와 설거지 비용으로 떼갔다. 유틸리티 비용과 관리비(약 100만원)도 별도로 부과됐다. 가게는 5평이지만 공용홀까지 포함해 약 30평 기준으로 평당 3만원 안팎의 관리비가 책정됐다.

인건비와 식자재비, 프랜차이즈 본사에 내야하는 로열티까지 제하면 신씨에게 남는 돈은 100만원 안팎이었다. 신씨는 "주중엔 하루라도 문을 닫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인건비조차 안나온 날도 허다했다"며 "설거지도 외부업체에 맡겨야 해 직원을 별도 고용하는 것보다 두 배 많은 돈이 들었다"고 했다.

롯데월드몰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는 이 곳은 매출의 약 18%를 임대료로 부과하고 있다. 번 돈의 40% 이상이 관리비, 유틸리티비용, 부가세에서 나간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 식자재비 등을 제하면 소상공인에 돌아오는 돈은 거의 없는 셈"이라며 "요즘처럼 경기침체로 외식하는 손님이 줄면 하루 버티기가 힘들다"고 했다.

유명 복합쇼핑몰이 임대료를 비싸게 책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임대 구조 탓이 크다. 통상 쇼핑몰의 주인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타 업체에 위탁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위탁운영을 맡은 업체가 매장을 쪼개 재임대(전대)하는 경우도 있다. 중간에 업체가 많이 낄수록 일종의 통행세가 붙어 임대료는 비싸진다.

롯데물산 소유의 잠실 롯데월드몰은 롯데자산개발과 경영관리 위탁계약을 맺고 있다. 일부는 롯데자산개발이 직접 매장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만 일부는 재임대를 통해 운영된다. 250평 규모의 잠실 롯데월드몰 푸드코트(어반스커트)는 A사에 임대됐다. A사는 이 매장을 쪼개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전대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2017년 8월 A사와 맺은 임대차 계약상 전대는 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며 "A사가 어떤 방식으로 청년 창업자들에게 전대를 해 임대료·관리비가 상승했는지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해명했다.

코엑스몰도 무역협회 소유지만, 이를 위탁운영하는 곳은 신세계 프라퍼티(스타필드)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임대 식당의 효율성을 위해 설거지 업체를 선정한 것이지, 더 많은 비용을 떼가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창업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고객층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는 "맹목적으로 유명 쇼핑몰 입점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주요 타깃 고객이 직장인인지, 가족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한 후 해당 특성에 맞춘 상권을 골라야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