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굴, 오프라인 매장에서 인플루언서의 살림 재현

입력 2019.05.04 06:00

[이코노미조선]
인스타 스타 주부 ‘띵굴마님’이
2015년 기획한 생활용품 브랜드
잠실·시청·성수에 매장 열어

서울 잠실역의 복합 쇼핑센터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띵굴 잠실점. 2월 28일 문을 열었다. /이민아 기자
4월 23일 오전 11시에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2층에 있는 생활용품 판매점 ‘띵굴’ 잠실점을 찾았다. 약 330㎡(100평) 규모의 매장에서 화장품, 향초, 소화전, 양동이, 수세미,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었다. 2월 28일 문을 연 ‘새내기 점포’지만 시작부터 저력이 대단하다. 이 매장의 지난 3월 매출만 1억원에 달했다. 주말이면 300명이 넘는 소비자가 계산대 앞에서 거침없이 지갑을 연다.

띵굴은 SNS에서 ‘띵굴마님’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주부 이혜선씨가 2015년 9월 기획한 현대판 5일장 ‘띵굴시장’을 모티브로 탄생한 생활용품 브랜드다. 그는 30·40대 주부에게 널리 알려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영향력이 있는 사람)다. 팔로어(게시글을 받아보는 사람)만 4월 현재 10만8000여 명에 달한다.

이씨는 2007년부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해왔다. 직접 만든 음식 그리고 음식을 담은 소탈한 디자인의 그릇 등으로 살림하는 사진을 꾸준히 올리며 인기를 모았다. 요즘도 그가 사진을 올리면 "그 물건은 어디서 살 수 있어요?"라며 문의 댓글이 빗발친다.

띵굴은 지난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맛집을 선별해 한곳에 모아 빌딩을 북적이게 만드는 것으로 유통 업계의 주목을 받는 회사 OTD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공간에 정착하지 않고 임시로 장터를 열었다면, OTD와 손잡은 이후로는 고정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어 소비자의 방문을 기다린다. 5월에는 띵굴 온라인 쇼핑몰도 연다. 이혜선씨가 소소하게 시작한 SNS 활동에서 종합생활용품점으로 거듭난 띵굴의 오프라인 매장 전략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띵굴 잠실점과 서울 중구의 띵굴 시청점을 둘러봤다.

전략 1│제품의 브랜드 철학 소개

띵굴 매장에서 파는 것은 대기업에서 만든 세련된 제품이 아니다. 대신 ‘특별하다’는 인상을 준다. 진열대에는 제품 가격과 내용을 설명하는 표 대신, 이 제품을 만든 브랜드와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을 소개하는 200자 내외의 짧은 글을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유명 브랜드보다 이름은 덜 알려졌어도 나름의 이야기와 철학이 있는 작은 브랜드에 주목하는 요즘 트렌드와 맞아떨어진다.

띵굴 잠실점에서 파는 일본 프라이팬 브랜드 ‘타쿠미’ 바로 밑 선반에 브랜드 소개글이 적힌 메모가 보였다. ‘일본제 고품질 철재를 사용해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꿈의 프라이팬. 튼튼하며 요리가 맛있게 만들어지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리 크기가 작고 저렴한 상품이어도 제품 소개글이 빠지지 않는다. 여섯 짝에 1만6000원 정도 하는 양말도 그랬다. 진열대에 붙어 있는 메모에 이 양말을 만든 브랜드 ‘1507’에 대한 글이 있었다. ‘1507은 2대에 걸쳐 축적된 노하우와 엄격한 품질 관리로 최상의 양말을 제작합니다. 부드럽고 광택이 좋은 실을 사용해 보푸라기가 덜 일어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런 소개글은 소비자가 이 상품을 샀을 때 어떤 기쁨을 누릴 수 있을지 알려준다. 구매 전에 제품의 효용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상품 저 상품의 브랜드 소개글을 따라다니면서 읽는 재미에 빠졌다. ‘대형마트였다면 이 자리에 가격표 그리고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지 할인율만 적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띵굴 시청점에 있는 어린이 놀이방 콘셉트의 매장. 실제 놀이방처럼 제품들을 배치해 놓았다. /이민아 기자
전략 2│집에 초대받은 듯한 친밀감

띵굴 잠실점에 앞서 지난해 12월 연 첫 오프라인 매장, 띵굴 시청점을 들렀다. 이곳은 ‘띵굴마님의 집에 초대를 받은 듯한’ 친밀감을 줬다. 잠실점과는 약간 달랐다. 브랜드 철학을 보여줄 목적의 ‘쇼룸(showroom)’에 가까워 보였다.

부엌 용품은 가정집 부엌처럼 꾸며진 곳에 비치돼 있었다. 그런가 하면,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곳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의 놀이 공간처럼 꾸며져 있었다. 유아용 매트와 색칠 놀이용 종이, 색연필 등이 매대가 아닌 놀이 공간에 정돈돼 있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의 책 ‘공간은 경험이다’를 통해 "띵굴 매장은 그녀(이혜선)가 직접 쓰는 물건을 구경하는 느낌을 준다"면서 "모든 공간이 이씨의 브랜드 철학을 드러내도록 설계된 장치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OTD 관계자는 "띵굴이 규모가 커진 만큼, 이씨가 매장에 입점시킬 브랜드를 하나하나 고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분(이혜선)만이 가진 특별한 감성을 유지한다는 원칙하에 MD들이 소상공인들이 만든 제품을 신중하게 선별한다"고 말했다.

주방용품부터 생활의류 등 다양한 제품이 있었다. /이민아 기자
전략 3│PB 상품을 더해 성장세에 탄력을

띵굴 잠실점은 앞서 문을 연 띵굴 시청점, 성수점과는 달리 입점된 상품 중 절반 이상을 ‘신생활’ 제품으로 채웠다. 신생활은 띵굴에서 만든 생활용품 자체상표(Private Brand·이하 PB)다. PB 제품이란, 유통 업체가 중간 상인을 끼지 않고 제조 업체에서 제품을 받아 자체 개발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제품이다. 잠실점에 있는 의류는 대부분이 신생활 브랜드를 달고 있었다.

신생활이 성공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경우, 띵굴의 성장세가 탄력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유통 비용을 아껴 판매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이익이다. 이상근 딜로이트 전무는 지난해 ‘딜로이트 코리아 리뷰’를 통해 "PB 제품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유통 업체와 중소기업의 매출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유통 업계 전반에서 PB 제품의 비중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통 업체가 PB 제품을 시장에 정착시켰을 때 매출을 끌어올렸던 선례는 이미 많다.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2013년 매출이 12조3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하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영업이익도 줄었다. 그러나 2013년 간편가정식 PB ‘피코크’를, 2015년에는 종합 생활용품 PB ‘노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매출 부진에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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