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슈즈 인기로 운동화 시장 급성장
신발 사업 전담팀 구성하고 R&D 센터 건립
운동화가 패션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신발시장 규모는 2009년 3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6조5천억원대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운동화 비중은 2010년 36.2%에서 2017년 53%늘어, 전체 시장의 절반이 넘는다.
운동화 시장이 커진 이유는 편하고 실용적인 옷차림을 추구하는 풍토와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면서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글리 슈즈(모양이 투박한 운동화)가 인기 끌면서 운동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네이버 키워드 검색에서 올해 2·3월 어글리 슈즈 검색량은 월 50만 건으로, 1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패션업계는 운동화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선두주자는 휠라코리아다. 휠라는 복고풍 운동화 ‘코트디럭스’(100만여 족 판매), ‘어글리 슈즈 디스럽터2’(220만여 족 판매)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신발이 돈되는 사업’이라는 걸 입증했다. 이 회사는 중국 푸젠성 진장에 글로벌 신발 소싱센터를 열고 신발 샘플을 100% 자체 개발해 생산단가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연 매출의 40~50%를 겨울용 패딩 점퍼 판매에 의존해 온 아웃도어 업체도 봄·여름 매출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운동화에 주목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을 운영하는 F&F도 신발 사업을 강화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출시한 ‘버킷 시리즈’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디스커버리는 ‘어글리 슈즈는 무겁다’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수렴해 자체 개발한 DX폼을 적용, 무게를 300g대로 낮춘 경량 어글리 슈즈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신발사업팀 이진 부장은 "작년엔 전체 매출에서 신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 수준이었지만, 이달에는 40%에 육박한다. 올해 매출 500억원, 내년에는 1000억원 규모까지 신발 사업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디스커버리는 2017년 롱패딩 열풍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지난해에도 롱패딩 물량을 10% 늘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지만,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와 시장 포화로 인해 판매 부진을 겪었다. 덕분에 F&F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하락했다. 6년 만의 역신장이다.
김익태 디스커버리 기획부문 상무는 "운동화 판매 시기가 상반기에 집중된 만큼, 봄·여름 매출을 견인하고 연 매출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발과 의류를 포함한 종합 브랜드로 연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S네트웍스(000680)는 신발 연구개발(R&D) 센터를 통해 올바른 보행을 돕는 워킹화와 트렌디한 패션화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9월 프로스펙스 오리지널을 통해 출시한 복고풍 운동화 ‘스택스’는 10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현재까지 2만 족 이상이 팔렸다.
데상트코리아는 오는 7월 부산 명지 국제신도시에 1만5000㎡ 규모의 글로벌 신발 R&D 기지를 완공하고, 러닝화와 축구화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데상트코리아가 470억원, 일본데상트가 60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LF(093050)의 질스튜어트스포츠도 올봄 신발 상품군의 스타일과 생산량을 전년대비 3배 늘렸다.
여성복 업체도 신발 사업을 강화한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 밀레 출신의 본부장을 영입해 신발사업본부를 신설하고, 3050세대 여성들을 위한 기능성 운동화를 선보였다. 별도 법인인 카스텔바작도 내년 봄 스니커즈와 골프화 등 50여 종의 신발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웃도어 업계 한 관계자는 "신발은 아무리 예뻐도 불편하면 신을 수 없다. 독자적인 기술과 디자인 개발로 역량을 확보해야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