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무단 배출한 포스코를 고발한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8일 포스코에 대한 고발장을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제출했다. 제철소 정비·재가동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는 혐의다. 시민단체들은 "포스코가 고로의 ‘브리더’라는 긴급 밸브를 통해 유독가스와 분진을 주기적으로 무단 배출했다"고 주장했다.
제철소가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철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석회석을 용광로에 투입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나온다는 것이다. 야외에 쌓아두는 제철원료의 가루가 날려 인근 지역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 환경부, 오염물질 배출량 조사 발표 논란 촉발
철강업계의 환경오염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환경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사업장별 오염물질 배출량 조사 결과다. 환경부는 굴뚝에 ‘원격감시장치(TMS)’를 설치한 전국 626개 사업장을 조사, 지난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사업장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2만3291t)였다고 밝혔다. 2017년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약 1442t이 늘었다.
2위는 발전시설인 남동발전 삼천포본부(경남 고성)로 2017년보다 29.9% 감소한 1만9931t을 배출했다. 2017년 오염물질 배출 1위에서 한 계단 순위가 내려왔다. 3위와 4위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가 차지했는데, 각각 1만9668t과 1만7341t의 오염물질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제철은 오염물질 배출 1위라는 오명에 대해 "신규시설(증설)을 늘린 탓"이라고 해명했다. 당진제철소의 생산량이 늘면서 오염물질 배출량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2010년 당진제철소 1·2 고로를 가동한 이후 2013년 3고로 준공, 2015년 현대하이스코 합병과 특수강공장 준공 등으로 제품 생산량이 2013년 1617만톤에서 지난해 2376만톤으로 늘었다.
오염물질 배출 3·4위 제철소를 운영중인 포스코는 시민단체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광양만녹색연합·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제철과정에서 생긴 오염물질을 저감시설 없이 공기 중에 배출해왔다"며 사과와 수습을 촉구했다. 포스코는 부산물을 허가 없이 시멘트 원료로 내다 팔며 토양을 오염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철강업계는 자신들이 대기오염 주범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브리더’ 같은 장치로 증기를 배출하는 것은 제철소의 통상적인 생산방식이며 법을 어기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협력사협의회는 "평소 조업 때 고로(용광로)에서 발생된 분진 및 가스, 먼지는 별도 처리하고, 가스는 저장했다가 복합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므로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철강업계 "산업의 쌀인데 생산 못 줄여"…친환경 설비 투자 잰걸음
철강업은 국가 경제를 지탱하면서 ‘산업의 쌀’로 불렸다. 조선, 건설, 자동차 등의 산업을 지원해왔고, 여전히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공급량 부족으로 선박 건조에 필요한 후판(두꺼운 철판)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없게 되자 국내 조선사들은 일본에서 고가의 제품을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은 24시간 연속으로 고로를 돌려야하는 특성상 가동 시간 조정이 쉽지 않다"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소를 위해) 현재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시간 감축 등의 조치를 단행한 사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철소의 환경오염은 해외에서도 국가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경제매체 21세기경제는 "최근 베이징의 공기 질이 올해 들어 나빠진 것은 주변 지역의 철강 생산량이 대폭 늘어난 것과 관련 있다"고 했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지난 2년간 개선됐지만, 올해 1∼2월에는 다시 나빠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철강제품 생산은 10.7% 증가했다.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의 올해 1~2월 조강 생산량은 3731만t으로 지난해 1~2월보다 20%가량 늘었다.
일각에서는 제철소가 대기오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과소평가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용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제철소 인근 지역에서 측정된 황 농도가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보다 높았다"며 "제철소가 석탄을 생산 원료로 사용하면서도 (오염물질) 저감장치는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있다 증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올 5~6월에 항공측정을 통해 제철소의 대기오염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철강업계도 점점 나빠지는 여론을 의식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2021년까지 친환경 설비 구축에 1조700억원과 5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먼지를 빨아들이는 집진기 등을 증설해 주요 오염원으로 알려진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배출 저감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