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 꽃샘추위가 끝나고 캠핑 등 야외활동이 많아져 돼지고기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경우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월 평균 돼지고기(지육 1kg 기준) 가격은 3242원에서 2월 3143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7%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같은 달 15일에는 2938원으로 급락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2000원대로 떨어진 것은 6년만이다.

하지만 2월 중순 바닥을 찍은 돼지고기 가격은 3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9일에는 4666원을 기록했다. 불과 2달만에 60%쯤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중국·스페인·독일·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올들어 급락했다가 급등으로 반전한 이유는 미중 관계 및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올 들어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한 것은 미중 무역분쟁과 관계가 깊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자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돼지고기에도 62%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중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돼지고기의 양이 급감했고, 갈 곳을 잃은 미국산 돼지고기가 세계시장에 풀리면서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돼지고기 가격 급등은 ASF 영향이 크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중국·베트남·몽골·캄보디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치사율 100%의 ASF가 발병하면서 돼지 사육두수가 감소했고, 그 결과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중국의 경우 ASF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중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5년 전의 50% 수준으로 줄었다. 1분기에는 ASF 감염 우려에 따른 조기 출하가 증가하면서 공급을 받쳐줬지만, 2분기부터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돈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 전세계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 때문에 중국의 대표적인 양돈기업인 무옌과 양돈업 비중이 가장 높은 한국기업 우리손에프앤지는 주가도 급상승하고 있다. 올해 초 1600원대에 거래되던 우리손에프앤지의 지난 9일 주가는 2900원으로 치솟았다. 주가상승률이 80%에 달한다.

윤성규 다비육종 상무는 "ASF가 한국에 유입될 경우 급격한 소비자의 돼지고기 기피 심리로 수입소고기와 닭고기 등 대체육으로 소비가 전환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방역에 잘 이뤄져 ASF가 확산하지 않는다면 수입 돼지고기 단가인상 및 물량감소로 국산 돼지고기 가격의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