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를 내린 지 5개월이 됐습니다. 6개월 한시 조치여서 다음 달 7일 0시부터 유류세는 원상 복구됩니다. 유류세가 그대로 반영된다면 휘발유는 L당 123원, 경유는 L당 87원 정도가 하루 만에 올라가게 됩니다. 문제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한 달 뒤 국제 유가 상승분과 유류세 인하 종료가 겹치게 되면 소비자에게 이중(二重)의 '기름 값 부담'이 안겨질 수 있다는 겁니다.

7일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가 휘발유를 L당 1679원에 팔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405.01원으로 51일 연속 상승했다.

휘발유·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가 한시적으로 인하된 건 작년 11월 6일부터였습니다. 이때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62달러였습니다. 정부가 유류세를 낮춘 이후 유가는 곤두박질쳐 작년 12월 말 배럴당 42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유류세 인하에 유가까지 떨어지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값은 유류세 인하 이전 L당 1600원대에서 130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올 초부터 국제 유가는 다시 상승 추세입니다. 지난 5일 WTI는 배럴당 63달러까지 올라 올 초 대비 40% 올랐습니다. 브렌트유는 5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넘었습니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입니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L당 1400원대로 재진입했습니다. 국제 유가 움직임은 1~2주 정도 뒤 국내 기름 값에 반영되기 때문에 최근 국제 유가 상승분이 모두 반영된 건 아닙니다. 씨티은행은 하반기 75~80달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결국 지금 같은 유가 움직임과 다음 달 7일부터 유류세 인하가 종료되면 기름 값은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유가 하락기에 유류세를 내리면서 소비자의 체감 효과는 반감됐고, 정작 기름 소비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정유 업계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는 세금이 내릴 때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원상 복구되면 손해 보는 느낌을 가질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다시 원상 복구하자니 소비자 반발이 걱정이고, 그렇다고 유류세 인하 시한을 연장하자니 세수 감소 부담 등이 워낙 커 고민 중일 것"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