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전(發電) 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용이 탈(脫)원전 정책 추진 이전인 2016년의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키워드〉에 따라 할당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거래소에서 배출권을 사야 하는데 이 비용이 폭증한 것이다. 이는 탈원전 정책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발전량은 2년 새 17.6% 감소한 반면, 석탄·LNG·석유 등 화석연료 발전량은 14.1% 늘었기 때문이다.
4일 환경부가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 등 국내 전체 발전사들은 탈원전 추진 이전인 2016년보다 5.6% 증가한 2억5316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이 탄소 배출권 구매에 지급해야 하는 돈은 8022억원에 달했다. 2년 전만 해도 2133억원에 불과했다. 발전사는 6월 말까지 배출권을 구매해 환경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배출권이 모자라면 과징금이 부과된다.
◇온실가스 줄인다더니 오히려 증가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2030년까지 발전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5780만t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탈원전 여파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LNG·석유 등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65.2%에서 지난해 70.4%로 늘었다. 이 기간 원전 발전 비중은 30%에서 23.4%로 줄었다. 통상 80 ~85%를 유지하던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65.9%로 떨어졌다. 37년 만의 최저치였다.
◇발전사 실적 악화, 결국 국민 부담 가중
이는 가뜩이나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발전사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1년 만에 영업이익이 5조원가량 줄면서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적자 원인으로 연료비 상승과 전력 구입비 증가 등을 꼽았다. 전력 구입비에는 온실가스 배출 비용이 포함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과 발전 공기업의 적자 원인은 값싼 원전 대신 비싼 석탄·LNG 발전이 느는 가운데 연료비가 치솟은 데다 온실가스 배출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한전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전기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 발전은 늘리고 화석연료 발전은 줄이려는 세계적 흐름과도 배치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특별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2010년 대비 59~106%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프랑스도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현재 75%인 원전 비중을 50%까지 낮추는 목표 시점을 당초 2025년에서 2035년으로 10년 늦추기로 했다. 정유섭 의원은 "정부는 탈원전 정책이 미세 먼지·온실가스 등 기후변화와 무관하다고 강변하지만 원전 대신 석탄과 LNG 발전을 늘린 결과, 국민의 건강과 미래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
정부가 매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의 탄소 배출 총량을 정한 뒤 배출권을 할당해주고,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남는 기업에 비용을 지불하고 사서 쓰도록 하는 제도. 기업은 남거나 모자란 배출권을 한국거래소의 배출권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