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에 경쟁 심화…정부·공공기관 구매로 성장세 유지
자금난·수익성 문제로 업종전환 늘어...산업현장 활용도도 낮아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로 기대를 모았던 3D 프린팅 산업이 기대보다는 낮은 성장률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출력 속도와 플라스틱 소재 중심의 소재, 출력물 크기의 한계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될 과제가 많아 대량 생산에 활용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5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발간한 '2018년 3D 프린팅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3D 프린팅 관련 사업체는 2017년보다 16% 성장한 351개, 인력은 4.3% 증가한 1912명, 시장 규모는 3958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1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과 사업체수 모두 전년 동기(2016년-2017년)보다 성장률이 소폭 줄었다. 전체 3D 프린팅 시장 규모의 경우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이는 지난해 정부, 공공기관의 3D 프린팅 관련 장비 구입 및 관련 사업 지출이 80%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D 프린팅은 재료로 사용되는 소재를 연속적인 층을 쌓아 3차원 물체를 만들 수 있는 제조 기술로 플라스틱, 타이타늄, 알루미늄과 같은 다양한 소재를 통해 정밀 제품을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어 차세대 제조 산업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보다 시간,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고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다는 강점 때문에 2013년 이후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빠짐없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낮은 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전자 기업들 역시 연구개발(R&D) 개발 시설에 3D 프린팅 장비를 일부 구비하고 있지만 시제품 개발이나 교육용 목적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먼지만 쌓인 채로 방치된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3D 프린터가 주로 사용되는 곳 또한 약 37%가 교육, 공공기관 등이다.

3D 프린팅 산업이 좀처럼 성장하기 힘든 건 실제 생산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아직 기술적 한계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3D 프린팅 출력 서비스를 위탁하는 기업들의 45%가 낮은 출력물 품질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내 3D 프린팅 업계에서 비용, 시간 상의 이유로 플라스틱 소재의 프린팅이 93% 수준을 차지한다.

생산현장에서 3D 프린팅을 도입한 기업들 입장에서도 쓰임새가 모호하다는 반응이다. 휴대폰 케이스 디자인업체인 A사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출력 속도가 자체가 시제품 제작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기 힘들다는 점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가 거의 없어 출력물의 품질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3D 프린팅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뛰어든 스타트업들 중에는 3D 프린팅 대신 다른 사업 영역으로 업종을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해외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AI 기반 안경 추천 기업인 블루프린트랩도 3D 프린팅 분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수익성 문제로 업종을 변경한 케이스다.

3D 프린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보잉, BMW 등 대형 회사들이 주요 공정에 고가의 3D 프린팅 장비를 도입하는 등의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동시에 일반 보급형 3D 프린팅 장비가 중국산 제품으로 인해 가격대가 낮아지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동시에 수익성을 담보로 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3D 프린팅 업체들이 3D 프린팅 교육 등으로 업종을 바꾸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