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가 심해지면서 공기 정화 기능이 있다고 알려진 다육식물이 인기다. 물만 주면 잘 자란다고 하더니 왜 우리 집에선 잎이 자꾸 시드는 것일까. 재미(在美) 한국 과학자가 말 못하는 식물의 건강 상태를 대변해줄 전자 센서를 개발했다. 다육식물의 잎에서 바둑판처럼 검게 보이는 부분이 바로 전자 센서다〈사진〉.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의 트리샤 앤드루 교수와 KAIST 출신의 김재준 박사 연구진은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고분자를 살아있는 세포 위에서 합성하고 이를 이용해 식물의 건강 상태를 장기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전도성 고분자는 식물에 흐르는 전류를 실시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한다. 식물이 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날씨가 나빠지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이에 따라 잎에 흐르는 전류도 변한다.

김 박사팀은 식물을 유리관에 넣고 기체 상태의 전도성 분자들을 주입했다. 그러자 기체 분자들은 식물의 잎에서 서로 연결돼 전기가 흐르는 고분자 플라스틱 전극이 됐다. 김 박사는 "잎에 전극이 붙어도 식물의 성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농작물에 손상을 주지 않고 생육 상태를 실시간 측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