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머드 조선소 탄생 임박
시장지배력 강화…LNG船 수주 수혜
노조 반발, 경쟁국 결합 승인 관건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이 8일 세계 2위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시장 20% 이상을 좌우하는 '매머드 조선소' 탄생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 것이다. 두 회사의 결합은 강력한 시장지배력과 기술력 강화라는 점에서 업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대우조선해양이 가진 LNG 기술력이 합쳐지면 시장 내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수 계약이 최종적으로 성사되려면 노조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날 양사의 노조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강경 시위를 벌이며 "매각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높고 2조3000억원가량의 영구채를 안고 있어 동반 부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中·日 추격 따돌릴 것"…LNG선 수주 경쟁력 강화
현대중공업은 이번 계약이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산업인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그룹 산하의 4개 조선사를 영업 및 설계, 생산에 최적화시키고, 새롭게 출범할 '한국조선해양(가칭·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지주사)'은 컨트롤타워 겸 R&D(연구개발),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 발전시켜 양사의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가 합쳐지면 수주 가격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양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저가(低價) 수주 논란을 일으켜 왔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주 경쟁력이 강화돼 중국과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선박평가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세계 LNG선 기존 발주 가운데 현대와 대우의 수주가 52%를 차지한다. 합병 회사의 수주 잔량은 1698만CGT (표준 환산 톤수)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21.2%까지 늘어난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수주 잔량 525만CGT(6.6%)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카타르가 발주할 예정인 LNG 운반선 60척 중 상당수를 한국 조선사가 수주할 것"이라고 전했다.
LNG선은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연간수주량 1위를 달성하는 데 '효자' 노릇을 했던 선종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에너지 수출 기조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소비정책 등에 힘입어 최근 LNG 물동량이 늘어나고, LNG선 운임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 양사 노조 반발·동반부실 우려
본계약 체결 이후 현대중공업은 임시주주총회 등을 거쳐 올 5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진행하게 된다. 올해 하반기쯤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이뤄지면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현물출자 받게 되며, 현대중공업에 대한 유상증자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본계약이 체결된 만큼 조만간 기업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실사 저지에 나설 것"이라며 물리적 충돌까지 예고하고 있어 인수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면 중복 업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품에 안기 위해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경쟁이 얼마나 제한될 것인지,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남용할 것인지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해외 경쟁사들이 시장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미국 반도체설계회사 퀄컴은 중국의 반대로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하는 계획을 포기해야만 했다.
대우조선의 부실이 개선되긴 했지만 높은 부채비율과 2조3000억원가량의 영구채는 언제 터질 시한폭탄이 될 수 있고, 대우조선의 자금이 부족하게 되면 현대중공업이 지원의무를 부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