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8조3000억원’의 고배당을 놓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엘리엇 주장의 핵심은 이익의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속셈은 딴 곳에 있다. 엘리엇은 지난해 현대차 주식으로 약 4550억원의 손실을 봤다. 손실을 고배당으로 만회하려는 게 엘리엇의 전략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도 엘리엇의 속셈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엘리엇의 잘못된 선택…현대차 주식으로 4550억 날려
엘리엇은 현대차가 경쟁사와 비교해 초과자본 상태라며 주주들에게 초과자본금을 환원해야 한다며 고배당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약 14조~15조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4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주주 설득에 나섰다.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다.
엘리엇이 현대차에 고배당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현대차 주식 640만주(3.0%)를 보유한 주요주주라는 데 있다. 문제는 엘리엇이 현대차 주식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8월 현대차 주식 64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2017년 말부터 현대차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차 주가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무산과 실적 악화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월 중순 16만2500원이던 현대자동차주가는 11월 중순 9만2500원까지 떨어져 43% 급락했다. 엘리엇이 이 기간 본 손실은 약 4550억원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로서는 손실을 만회할 전략이 필요했다.
◇"손해 볼 수 없다" 고배당 카드 꺼낸 엘리엇
엘리엇은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012330)에 8조3000억원에 달하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해왔다. 현대차에 우선주를 포함해 배당금 5조8000억원을 요구했는데 이는 주당 2만1967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현대차가 제시한 주당 배당금 4000원의 5배가 넘는다.
엘리엇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엘리엇이 챙길 수 있는 배당금은 256억원에서 1406억원으로 늘어난다. 배당이 늘면 현대차 주식으로 어느 정도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에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헤지펀드라고 해도 기업의 주가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며 "엘리엇도 현대차로 이 정도의 손실을 볼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수익을 내야 하는 헤지펀드 엘리엇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배당 등으로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헤지펀드 업계 거물 폴 싱어가 1977년 설립한 펀드로 운용 자산규모만 390억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면서 한국에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