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려대 교수 정년 퇴임식에서 "저는 이상주의자"고 고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상 본인이 현실 정치에 참여해 기획한 소득주도성장이 실패로 돌아간 데 대한 소회를 털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장 전 실장은 26일 저녁 고려대 LG-포스코 경영관에서 정년 퇴임식을 가졌다. 장 전 실장은 1990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이날 퇴임사에서 장 전 실장은 "이상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물론 나름대로 현실에 뿌리를 내린 이상주의자이고 싶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젊었을 땐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미래, 무지개가 있다고 믿고 무지개를 좇아다녔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경험도 생기고 하다 보니 무지개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감히 계속해서 철없이 무지개를 좇는 소년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장 실장이 문재인 정부 첫 정책 실장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 실장은 지난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현실 경제에 대해 발언을 해왔다. 또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 정책 총괄을 맡으면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다.
장 전 실장은 앞으로 현실 정치와 선을 긋고 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현실 정치에 정치인으로서 참여하는 건 과거에도 관심이 없고, 지금도 없다"며 "학교를 그만두지만 앞으로도 저의 관심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회를 보다 낫게 만들겠다는 제 개인적인 열정은 지속될 것"이라며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그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고 했다.
장 전 실장은 "경영학은 현실밀착적인 미시적 학문"이라며 현실 참여를 강조했다. 또 "우리가 속한 시대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경영학자로서의 역할에 좀 더 충실했으면 한다"며 "개인의 합리적인 최선의 선택이 우리 조직, 공동체, 사회, 국가에 합리적인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는 '구성의 오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