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설계 업체 미디어텍(MediaTek)이 올해 2분기 5세대(G) 이동통신 모뎀 칩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 5G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5G 스마트폰용 통신 칩 공급 경쟁도 격화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올해 2분기 5G 모뎀 칩 ‘M70’의 대량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7나노 공정을 통해 양산을 진행, 중국 5G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모뎀 칩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중 하나다. 5G 이전 세대인 3G, 4G 롱텀에볼루션(LTE) 모뎀의 경우 퀄컴이 시장을 장악했으나 새로운 규격인 5G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반도체 업계 강자인 삼성전자(005930)가 빠른 속도로 퀄컴을 뒤쫓고 있고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 등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퀄컴이 2016년 말 가장 먼저 5G 모뎀인 ‘스냅드래곤 X50 5G 모뎀’을 공개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5G 모뎀인 ‘엑시노스 모뎀 5100’을 공개하며 퀄컴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월 공개하는 갤럭시S10에 엑시노스 모뎀 5100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디어텍이 가세하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이 미디어텍과 손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퀄컴이 진행 중인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애플이 올해 아이폰에 삼성전자, 미디어텍, 인텔의 5G 모뎀 사용을 고려했다"는 증언이 나온 게 결정적이었다. 실적 둔화에 직면한 애플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공급망 다각화에 나설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애플은 2016년까지 아이폰에 퀄컴 칩만 사용해왔으나 퀄컴과의 특허 분쟁에 휘말리며 인텔 칩도 사용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아이폰7부터는 인텔 칩을 함께 사용했고, 최근 출시된 아이폰 모델엔 인텔 칩만 적용했다.
미디어텍이 애플까지 염두에 두고 재빠르게 5G 모뎀 칩 대량생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디어텍은 5G 모뎀 칩에 이어 올해 연말 5G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2019년 한 해 동안 100만대의 5G 스마트폰이 출하되고 100만 개의 5G 모뎀이 팔릴 것으로 예측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5G 모뎀 칩 시장은 퀄컴이 독주했던 과거와 달리 미디어텍 등 신흥 강자들이 합류해 과점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발맞춰 누가 더 적극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느냐 따라 향후 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