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여파로 저소득 나 홀로 가구의 소득이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와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소득 주도 성장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현실에서는 저소득층, 그중에서도 1인 가구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25일 본지가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의뢰해 통계청의 '가계소득동향 조사' 원자료를 토대로 2018년 1~3분기 1인 가구 소득을 분석한 결과, 하위 20% 계층(1분위)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 18.3%, 1.5%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소득 감소 폭이 준 것은 지난해 추석이 평년과는 달리 10월이 아닌 9월로 옮겨가면서 가족 간 주고받는 용돈 같은 '사적 이전 소득'이 전년보다 2배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적 이전 소득을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가정했을 경우 1분위의 소득은 약 16.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분기별로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소득을 조사하지만, 계층별 소득 통계를 발표할 땐 1인 가구는 빼고 2인 이상 가구에 한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 1963년부터 2인 이상 가구만 관련 통계를 발표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1인 가구를 포함시키면 통계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체 1967만 가구 중 28.4%(562만 가구)를 차지하게 된 1인 가구를 통계에서 제외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3분기 2인 이상 가구 1분위의 소득 감소율은 각각 8.0%, 7.6%, 7.0%로, 3분기를 제외하면 1인 가구보다 훨씬 적게 나타났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 상태가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수치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까지만 해도 저소득층 나 홀로 가구의 소득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위 20% 나 홀로 가구의 소득은 2017년 1~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18.1%, 2.6%, 18.2% 늘었다. 소득 증가율은 대체적으로 소득이 적은 계층에서 크게 나타났고, 소득 상위 20%인 5분위로 갈수록(소득이 높아질수록) 작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연금 등 각종 보조금이 저소득층에게 집중되면서 분배가 차츰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소득 주도 성장이 본격화된 지난해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1년 만에 저소득층 1인 가구의 소득이 급감한 것은 일해서 벌어들이는 '근로 소득'과 '사업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1분기 기준으로 1분위의 근로 소득은 2017년 3만8209원에서 2018년 1만7883원으로 약 53.2% 줄어들었다. 사업 소득 역시 2017년 1만5965원에서 2018년 6020원으로 62.3% 줄었다.
근로 소득과 사업 소득이 급감한 원인을 두고 대다수 전문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장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폐업을 한 자영업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인 가구의 가구당 취업자 수(최대 1명)는 2017년만 해도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8년 들어 전년 동기 대비 0.01~ 0.03명씩 감소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1인 가구는 대부분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이거나 사별 후 혼자 기거하는 독거 노인이 상당수"라며 "이들이 주로 일하는 경비 등 시설 관리업, 도·소매업 등이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쪼그라들면서 저소득층이 고용 한파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1~3분기 중 상위 20%(5분위) 1인 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11.5%, 11.3%씩 증가해 '나 홀로' 가구의 소득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