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정부의 수소 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수소 경제를 위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수소차와 연료전지(수소를 이용한 발전)를 양대 축으로 수소 경제 분야에서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전(全) 분야에 걸친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8월 수소 경제를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공유 경제와 함께 3대 전략 투자 분야로 선정한 이후 3개월 넘게 전문가와 업계 의견 수렴, 연구·분석 등을 통해 마련한 것이다.

◇문 대통령 "난 요즘 현대차 홍보 모델"

문 대통령은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수소 경제는 에너지원을 석탄과 석유에서 수소로 바꾸는 산업 구조의 혁명적 변화"라며 "전통 주력 산업인 자동차·조선·석유화학과 연계해 수소 경제를 선도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울산 방문은 작년 10월 전북 군산, 11월 경북 포항, 12월 창원에 이은 네 번째 전국 경제 투어의 일환이었다. 문 대통령은 수소전기차 부스를 둘러보며 현대자동차의 '넥쏘'를 본 뒤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 모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0월 프랑스 파리 방문 때에도 '넥쏘'를 직접 탑승하고 수소충전소에서 충전 시범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울산 남구 울산시청에서 열린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앞서 수소전기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수소 경제를 위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 모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왼쪽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문 대통령은 이어 국내 최대 수소 제조 공장인 ㈜덕양 3공장도 방문했다. 이후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 최창원 SK가스 부회장 등이 참석한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이후 이틀 만에 다시 만났다.

◇"수소차, 1800대에서 2040년 620만대 이상"

정부는 현재 1800여 대인 수소차를 2040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내수(290만대)와 수출(330만대)을 합해 620만대 이상으로 늘리고 14개소인 수소충전소를 1200개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4000대 이상 수소차를 보급하고, 2025년 연간 10만대 상업적 양산 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6000만~7000만원인 수소차 가격은 양산 체계가 갖춰지는 6년 뒤엔 휘발유·경유차 수준인 3000만원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수소 승용차뿐만 아니라 수소 택시·버스·트럭도 대중화한다. 현재 두 대인 수소 버스는 올해 7개 주요 도시에 35대를 보급해 시범 사업을 시행한다. 2021년부터 경찰 버스를 단계적으로 수소 버스로 교체하고, 2030년엔 모든 광역 버스를 수소 버스로 바꾼다. 2040년엔 수소 버스가 4만대까지 늘어나는데 이는 2018년 기준 전국 버스의 85% 규모다. 올해 서울에 10대를 시범 사업으로 보급하는 수소 택시는 2021년 주요 대도시, 2023년 전국으로 확대해 2040년에는 현재 서울 지역 택시 수와 맞먹는 8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도심에 소규모 설치가 가능한 발전용 연료전지를 2040년까지 원전 15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15GW급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는 작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 설비(113GW)의 7~8%에 해당한다. 현재 연료전지는 설치와 발전 비용이 비싸 보급이 더디지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처럼 생산과 설치 보조금을 지원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2040년 설치비는 지금의 3분의 1, 발전 단가는 절반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