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임상규 전 장관 이후 처음…이르면 이번주 인사
인사 관례 고려시 2004년 이후 첫 호남 예산실장 나올듯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첫번째 국장급 인사의 마지막 꼭짓점은 ‘19년만의 호남출신 예산총괄심의관’이 될 전망이다.
1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더불어민주당 수석 전문위원으로 파견 근무 중인 안도걸 국장을 예산실 예산총괄심의관(국장급)으로 선임하는 국장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총괄심의관은 안일환 예산실장의 승진으로 현재 공석이다. 안 국장이 선임되면 광주 출신인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 이후 19년만에 호남 출신 예산총괄심의관이 탄생하게 된다. 임 전 장관은 2000년 10월 예산총괄심의관에 임명된 바 있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인 안 국장은 전남 화순 출생으로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기재부 복지예산과장, 행정예산심의관, 복지예산심의관, 경제예산심의관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 안 국장이 돌아오면 파견 근무 넉달만에 기재부로 복귀하게 된다. 외부기관 파견 후 1년도 안돼 본부로 복귀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후임 수석 전문위원은 우범기 장기전략국장(행시 35회)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인사가 단행되면 홍남기 부총리 취임 후 첫번째 국·실장급 인사가 마무리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순차적으로 1급(차관보급) 4자리와 본부국장 9자리를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내년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 예산 편성과 국회 예산안 심의 실무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예산총괄심의관은 예산실장에 임명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다. 예산총괄국장을 거치면 다음해 예산실장에 임명되는 게 인사 관례처럼 굳어져 있다.
안도걸 국장의 예산실행(行)이 주목되는 점은 호남출신 예산총괄심의관이 19년만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종시 관가의 관심은 호남 출신 예산실장의 발탁 여부였다. 영남이 정치적 기반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예산실장,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총괄과장에는 호남 출신들이 접근하기 힘들었다.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이 예산실장과 기재부 2차관 등을 독식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기부터 호남 지역에서는 정부 예산을 배분하는 예산실장에 호남출신이 등용돼야 실질적인 정권 교체가 실현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첫번째 예산실장은 대구 출신 구윤철 기재부 2차관, 두번째 예산실장은 경남 출신 안일환 실장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호남 출신이 예산총괄심의관을 맡은 것은 임 전 장관이 마지막이었고, 예산실장을 역임한 것은 2004~2005년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전 기획예산처 장관·행시 17회)이 마지막이었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정부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김동연 전 부총리가 이끄는 기획재정부에서 호남 출신들이 주요 요직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불만이 높았다"면서 "예산총괄심의관에 호남 출신이 등용되면 예산실장을 배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확보되는 셈이기 때문에 이런 불만이 불식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