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금세탁방지' 인력 태부족…국제기구 조사 앞두고 비상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19.01.13 06:00

    국내은행 자금세탁방지 인력, 외국계 은행의 절반수준

    국내은행들의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이 외국계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의 국세청으로 불리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한국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실태평가에 착수한 가운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FATF 평가에서 나쁜 결과가 나오면 금융회사는 물론 한국 전체 국가신인도가 하락할 수도 있다.

    ◇4대 국내은행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 30~40명 수준

    13일 조선비즈가 국내은행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주요 국내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이 수십여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국민은행 48명, 신한은행 29명, 우리은행(000030)34명, KEB하나은행 31명으로 4대 금융지주 은행 중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이 50명을 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국내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이 외국계 은행에 비해 태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DB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이 120여명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자금세탁방지 관련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뉴욕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1100만달러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던 농협은행도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이 52명에 그친다. 농협은행은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이후 20여명 수준이던 자금세탁방지 인력을 부랴부랴 두배 수준으로 늘렸다.

    마찬가지로 DFS로부터 자금세탁방지 관련 내부통제 기준이 미비하다는 경고를 받은 기업은행(024110)도 작년 초 17명 수준이던 관련 인력을 39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자금세탁방지 관련 시스템을 철저하게 지키는 외국계 은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제도와 법률적인 토대는 지난 몇 년간 충실하게 준비해서 문제 없이 돌아가는 편"이라며 "반면에 제도와 법을 수행해야 하는 금융회사의 전문 인력과 운영 조직은 여전히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은행이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는 북한과 거래해오다 미국 금융규제 당국이 돈 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파산 상태로 내몰렸다. 프랑스의 대형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도 미국의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미쓰비시(三菱) UFJ 파이낸셜그룹(MUFG)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무시했다는 혐의로 미국 금융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FATF 실태평가 빡빡해…자칫하면 국가신인도 추락할 수도

    금융권에서는 올해 실시되는 FATF의 실태평가를 주목하고 있다. FATF는 국제연합(UN)과 안보리 결의와 관련된 금융조치를 각국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1989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FATF는 매년 돌아가면서 회원국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데 올해가 한국 차례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 6일 FATF에 1차 보고서를 제출했고, 상반기 중에 한 차례 보고서를 더 낼 예정이다. FATF는 한국 금융당국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을 검토한 뒤 오는 7월 한국에 조사단을 직접 파견해 보고서 내용이 맞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일본의 미쓰비시(三菱) UFJ 파이낸셜그룹이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금융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선DB
    FATF 실태평가에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긴장하는 건 좋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태평가를 받은 21개국 중 좋은 평가를 받은 나라는 5개국에 불과하다. 더욱이 FATF 평가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해당 국가의 국가신용등급까지 하락할 수 있다.

    2012년 10월 FATF는 터키 정부가 자금세탁방지 등에 대한 국제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며 제재대상에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터키 금융시장은 환율이 요동치고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등 불안을 겪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FATF 제재대상에 편입될 경우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FATF 평가는 한국의 금융·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투명한지 보여주는 척도"라며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FATF 실태평가를 무사히 넘기려면 금융회사가 자금세탁방지 인력과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금융회사에 자금세탁방지 관련 시스템을 개발해주고 있는 쌔스(SAS)코리아의 조민기 이사는 "미국 금융규제 당국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한국 금융회사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인력, 비용, 공간 등 거버넌스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내 본사와 해외 지점간 통합된 글로벌 자금세탁 규제 대응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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