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는 9일 고용 참사 원인에 대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자영업 업황 부진, 일부 정책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고용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반(反)기업 친(親)노동' 정책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실험으로 '기업 하려는 의욕'이 꺾이면서 투자 부진과 고용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투자·고용 줄이는 기업들

최근 2년 새 최저임금이 29.1% 치솟으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대폭 줄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는 지난해 배달 알바 일자리가 점포마다 0.5~1개씩 줄었다고 말한다. BBQ 관계자는 "주문이 몰리는 저녁 피크 타임에 배달 대행을 쓰거나 점주가 직접 배달하는 곳이 상당수"라고 9일 말했다. 일이 고된 배달 알바는 최저임금보다 보통 1000원 이상 더 주기 때문에 점주 인건비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앉을 자리 없는 실업급여 설명회 -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실업급여 설명회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BBQ 매장에서 800여개의 배달 알바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콜'이 지난달 자영업자 회원 240명을 대상으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달라질 점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 단축'(17.8%), '기존 직원 감원'(17.0%), '신규 채용 계획 취소'(12.5%) 등 47.3%가 직간접적인 고용 감축을 시사했다.

인건비 상승 압박을 견디다 못한 제조 기업들은 해외 진출로 대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8년 3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보면 국내 기업들의 3분기(7~9월) 해외직접투자액(송금액 기준)은 13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98억6000만달러) 대비 33%(32억5000만달러) 급증했다. 반면 국내 투자는 연일 뒷걸음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민간 설비·건설투자는 지난해 2분기 98조5000억원에서 3분기 88조200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줄었다.

◇전문가들 "올해 고용 더 나빠질 것"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올해도 고용 참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펴면서 기업의 고용 창출력을 약화시켰다"며 "한 마디로 아픈 환자에게 잘못된 처방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고용 참사의 주된 원인이라는 정부 설명에는 고개를 저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로만 설명하기엔 취업자 수가 너무 급격히 악화됐다"며 "정부 정책 영향을 배제하고선 설명이 되지 않는 수치"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간접적인 원인에 불과하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이 경직적인 노동 시장에 비용 충격을 가해 고용 참사를 불러왔다"고 했다. 성 교수는 "지난해 고용 성적은 일자리 안정기금 등 정부 재정이 상당 부분 투하돼 '만들어진' 성적"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 시장의 어려움은 보이는 숫자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12만명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작년 12월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한 목표치 15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10만명)과 한국노동연구원(12만9000명) 역시 민간과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올해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하회할 것으로 예측되고,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도 새해에는 어려움을 겪어 고용 상황이 나아질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에 연달아 두 차례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의 부작용이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남성일 교수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충격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올해 본격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도한 시장 개입을 지양하고, 기업에 친(親)시장적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공정 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에만 관여하고 핵심 규제를 풀어주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