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국빈 방문 기간 동안 수소전기차 시승 행사를 가졌다. 촉박한 일정과 특정 기업의 지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이 행사 참여 의지를 보여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월에는 경호팀의 만류에도 수소전기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판교 나들목까지 7㎞를 이동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신산업 육성의 상징으로 수소전기차를 찍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정부는 올해 1900억원에 그쳤던 수소전기차 및 인프라 확충 투자를 오는 2022년까지 2조원 수준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오는 2030년 연간 50만대에 달하는 수소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수소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은 오해와 의문점이 있다.
①수소전기차=수소폭탄? 안전성 논란
많은 사람이 수소의 폭발 위험성에 대해 걱정한다. 수소라고 하면 수소폭탄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전기차와 수소폭탄에 쓰이는 수소는 다르다. 수소전기차에 사용되는 수소는 일반적인 수소(H2)이고, 수소폭탄 등에 사용되는 것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이다. 김준범 울산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섭씨 1억도의 온도와 수천 기압의 압력 아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며 "일반 상황에서는 절대 수소폭탄과 같은 폭발력이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가 운전하는 수소전기차에서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그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수소전기차도 일반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과 같은 화재 위험성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대차의 경우 낙하 충격, 파열, 총격 시험 등을 통해 수소탱크의 안전성을 검증했다. '넥쏘'에 탑재된 수소탱크는 용광로에서도, 수심 7000m의 고압에서도 터지지 않는다. 또 수소탱크는 철보다 강도가 10배 높은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김 교수는 "수소는 원자번호 1번으로 굉장히 가볍다"며 "혹시 충돌 사태가 생겨 수소탱크에 손상이 생기더라도 수소가 대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폭발 위험성이 낮다"고 말했다.
②수소전기차의 작동 원리
수소전기차는 가솔린 내연기관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를 이용해 모터를 가동한다. 기존의 가솔린 내연기관이 석유(가솔린) 등 혼합연료를 폭발시킨 힘으로 구동축을 돌리는데, 수소전기차는 전기모터가 구동축을 돌리는 것이다. 이때 전기모터를 돌리는 전기에너지를 생산해내는 것이 수소연료전지다.
이곳에서 수소는 산소와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발생한다. 차내 수소탱크에 저장된 수소와 공기 공급기(컴프레서)에서 전달받은 산소를 연료전지에 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양극에다 산소를 흘리고 음극에 수소를 흘리면 전기가 발생하고 부산물로 물(수증기)이 나온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연료전지에서 만든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고, 이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차량을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는 전혀 없다. 또 수소 화학반응을 위해 깨끗한 공기 공급을 위한 3단계 공기 정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달리는 공기청정기'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③수소차=수소전기차?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소자동차는 작동 방식에 따라 '수소 내연기관차'(Hydrogen Internal Combustion Engine Vehicle)와 '수소전기차'(Fuel Cell Electric Vehicle)의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수소 내연기관차는 말 그대로 수소를 연료로 내연기관을 직접 작동시키는 것이다. 작동 방식은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한데 실린더에 휘발유나 경유 대신 수소를 넣는다는 점이 다르다. 2007년 독일 BMW가 공개한 '하이드로젠 7'이 대표적이다. 구영모 자동차부품연구원 팀장은 "수소를 직접 연소해 큰 힘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양을 넣어 제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수소가 워낙 작은 물질이다 보니 금속 사이에 들어가 금속을 부서지게 하는 특성도 있어 고온고압 반응을 하는 자동차 내연기관 소재로는 내구성 등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양산되고 있는 차는 모두 수소전기차로, 현재 수소 내연기관차는 없다.
④수소 제조에도 화학연료 사용,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수소는 물과 화석연료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에 포함돼 있다. 수소를 만드는 방식도 20가지 이상이 될 정도로 다양하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은 수산화칼륨 등 전해질을 녹인 물에 전기를 흘려보내 수소와 산소를 얻는 방식이다. 이 경우 전기에너지가 필요하고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석유화학·철강 제품 등의 제조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소(부생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국내 각종 산업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량은 약 160만t 정도고, 이 중 수소전기차에 사용할 수 있는 잉여 부생수소량은 약 10만t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간 50만대의 수소전기차 주행이 가능한 양이다.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방식은 천연가스 등에 포함된 메탄(CH4)에 수증기와 화학반응시켜 수소를 얻는다. 구영모 팀장은 "이렇게 수소를 얻는 과정에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탄소파우더 형태로 뽑아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0'으로 하는 신기술이 나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완전한 친환경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