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LAK] 바둑은 서막...‘알파고’ 생물학판 ‘알파 폴드’에 과학계 쇼크

조선비즈
  • 김민수 기자
    입력 2018.12.09 07:00

    2016년 3월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4승1패로 꺾으며 놀라움과 충격을 줬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당시 다른 분야에 AI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2017년 10월 딥마인드는 알파고보다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제로’ 버전을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알파고 제로는 인간이 입력한 기보 데이터 학습과 훈련 없이 알파고 제로끼리 대국을 시작해 최종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스스로 학습하고 바둑 이론을 업데이트했다. 무(無)에서 어려운 개념을 스스로 학습한 알파고 제로는 기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가볍게 승리했다.

    당시 허사비스(사진) 딥마인드 CEO는 "인간 지식이 하나도 없는 AI가 인간 지식 데이터를 학습한 기존 AI를 이긴 것"이라며 "앞으로 단백질 3차원 구조의 비밀을 풀고 신소재 설계와 같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알파고 제로의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시 1년 남짓 지난 12월 2일(현지 시각) 딥마인드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CASP)’에 참여해 단백질의 3차원 형태를 예측하는 ‘알파 폴드(AlphaFold)’를 공개해 또다시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단백질의 3차원 형태 예측은 생명체의 근원적 현상과 질병의 원인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 등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알파 폴드가 앞으로 생명과학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 인류 난제 ‘단백질 구조 규명’...생명 현상 근원에서 질병 정복까지

    알파 폴드는 이른바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이라는 현상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많은 아미노산의 연결체인 단백질은 다양한 구조의 결합을 통해 고유의 기능이 생겨난다. 단백질이 어떻게 접히는지를 이해하면, 다시 말해 단백질의 복잡한 생성 과정과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면 복잡한 생명 현상과 질병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알파 폴드는 현실 세계의 복잡한 과학적 문제에 접근하는 첫 번째 투자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며 "바둑 AI인 알파고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시도"라고 말했다.

    단백질은 20가지의 서로 다른 아미노산들이 펩타이드 결합으로 불리는 화학결합을 통해 사슬 구조로 만들어진다. 아미노산이 결합할 때 비틀어지거나 구부러지는 형태에 따라 엄청난 경우의 수가 생긴다.

    아미노산의 복잡한 화학적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구조. /위키미디어 제공.
    단백질의 이같은 3D 형태는 특정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수와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단백질의 3D 형태는 또 인체에서의 특정 기능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심장 세포에 있는 단백질은 혈류에 있는 아드레날린이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단백질 접힘’이 이뤄져 있다. 면역시스템의 항체는 인체에 침입하는 박테리아를 붙잡을 수 있도록 특정 형태로 접혀 있다. 몸을 긴장시키는 근육, 빛을 감지하는 것,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는 것 등 거의 모든 신체의 기능에 단백질의 3D 형태와 접힘이 관여한다.

    단백질 접힘에 문제가 생기면 당뇨병이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질환 같은 심각한 질병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단백질의 화학적 구성으로부터 단백질의 형태를 예측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면 단백질 접힘 오류가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지, 인체에 어떤 해를 입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려는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면 질병을 고치는 역할을 하거나 전혀 다른 새로운 기능을 인체 내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단백질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백질 구조의 복잡성과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단백질 구조를 모두 규명하는 것은 과학계의 오래된 난제와 마찬가지다.

    ◇ 압도적 역량 ‘알파 폴드’...과학계 놀랄 일 일어날까

    딥마인드는 알파 폴드를 개발하기 위해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신경망을 구성했다. 그런 뒤 기존에 알려진 수천개의 단백질 구조를 학습시켜, 무작위로 아미노산을 알파 폴드에 입력하면 이 아미노산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단백질의 3D 구조를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개발된 알파 폴드는 새로운 단백질을 제시하면 아미노산 사이의 거리와 아미노산을 연결하는 화학적 결합의 각도와 구조를 예측해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의 3D 구조를 예측해서 보여주는 데 처음에는 약 2주일이 걸렸지만 현재 불과 2~3시간만에 일련의 작업을 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딥마인드 홈페이지에 소개된 ‘알파 폴드’. /딥마인드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탄생한 알파 폴드는 12월 2일 열린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에서 진행된 단백질 구조 예측 콘테스트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뽐냈다. 콘테스트에 참가한 전세계 98개의 연구그룹 중에서 압도적인 1위를 했다.

    이 콘테스트는 무작위로 아미노산 리스트를 제시한 뒤 이들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지를 겨룬다. 알파 폴드는 콘테스트에서 주어진 43개의 단백질 구조 중 23개의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2위에 오른 연구그룹은 43개 단백질 중 불과 3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그쳤다.

    영국 레딩대학교의 리암 맥거핀 교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 폴드는 건강, 생태, 환경 분야에서 21세기에 풀어내지 못한 많은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파급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 폴드의 역량이 어디까지 진화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알파고를 개발해 내고 알파고 제로를 만들어낸 뒤 약속했던 인류 난제 해결에 실제로 도전하고 있는 딥마인드의 행보를 감안하면 수년 내에 획기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단백질 접힘이라는 과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문제이지만 좋은 시스템을 보유 중이고 아직 구현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많은 만큼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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