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목적(The Purpose of Capital)'은 임팩트 투자(공익에 기여하는 투자) 운동가로 유명한 제드 에머슨(Jed Emerson)의 신작이다. 저자는 자본의 궁극적 목적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자유를 달성하는 데에 있다고 본다. 현대 금융자본주의는 숫자에 대한 맹신에서 나온 일종의 종교다. 시장 만능주의 역시 하나의 신앙이 됐다. 시장에서 허용되는 행동은 오직 경제인으로서 하는 행동뿐이다. 그러나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그보다 더 큰 우주 안에서 작동하는 체제이고 우리의 행동도 더 넓고 깊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가 금융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생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도 막연한 자선 의도나 도덕주의에 빠진 사회적 기업들의 단견을 경계한다. 투자는 반드시 적절한 경제 원리를 통해 작동해야 하고 기본적인 수익 성과를 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투자자는 당장의 화폐 수익률만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그 투자가 자연과 이웃 세계에 어떤 식으로 파급되면서 변화를 일으키는가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더 넓고 깊은 상호 영향(Broad, Deep, and Mutual Impact) 관점에서 말이다. 당장 가정에서 자녀에게 투자하는 학비가 어떻게 그 인생을 하나씩 바꾸고 그 주위 세계를 바꾸는지 볼 줄 알아야 한다. 대규모 펀드가 기업에 투자된 뒤 어떻게 다양한 지식과 천연자원을 활용해 자연을 가공하고 고용을 창출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가는지, 그 장엄한 과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투자론 교과서는 자본의 목적이 그 최고, 최선의 용도(its highest and best use)를 찾아서 투입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자본을 증식시키는 '기법(How)'만을 연구할 뿐, 결코 그 '목적(Why)'을 묻지 않는다. 도대체 왜 우리는 투자를 하고 돈을 쓰는가. 최고, 최선이라 함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자는 동서양에 걸쳐 종교·역사·철학·경제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문헌을 넘나들며, 자본이 더 이상 인간의 탐욕을 대리하는 역할에 머물지 말고 그 진정한 목적을 자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