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증선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삼바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된다고 최종 판단하며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증선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한 삼바는 15일부터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심사를 마치기 전까지 최장 35일간 주식시장에서 거래 정지된다.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은 "금감원이 제시한 증거 자료 등을 고려할 때 회사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면서 고의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바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검찰 고발 조치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받았고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 회계사 4명 직무 정지 건의 등의 조치를 내렸다. 안진회계법인은 과실에 의한 위반으로 감사업무 3년간 제한 조치를 내렸다.
증선위는 또 삼바의 2014년 회계처리에 대해 중과실로 판단했다. 2012~2014년 회계처리에 대해선 과실로 결론 내렸다.
앞서 금감원은 삼바가 2015년말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계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한 것과 관련해 정당한 이유 없이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며 증선위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삼바가 바이오에피스 보유 지분을 장부가격에서 공정가격으로 재평가하면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실제 삼바는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기록해 오다가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으로 2015년 순이익이 1조9049억원으로 흑자기업으로 단숨에 탈바꿈했다.
이에 대해 삼바는 당시 바이오에피스가 개발 중인 신약이 판매승인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바이오에피스 공동주주인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이 2015년 이후 콜옵션(50%-1주까지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해 회계처리를 변경했다고 맞서왔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준수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증선위는 지난 7월12일 삼바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약정 공시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혐의만 인정하고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채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했다. 그리고 이날 금감원의 재감리 조치안에 대해 심사를 벌여 삼바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다.
증선위는 2012년~2014년 삼바가 바이오에피스를 연결기준으로 회계처리한 것도 위법한 회계처리라고 판정했다. 바이오젠이 처음부터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보고 애초부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회계기준(IFRS)이 2011년에 도입됐고 삼바와 바이오에피스가 각각 2011년, 2012년에 설립된 점, 지배력 관련 새로운 회계기준서가 2013년에 시행된 점 등을 감안해 2012, 2013년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과실’로 판단했다. 2014년의 경우 임상시험 등 개발 성과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콜옵션 내용을 처음으로 공시해 콜옵션의 중요성을 인지했던 점을 감안해 위반 동기를 ‘중과실’로 결정했다.
검찰 고발을 당한 삼바의 주식은 15일부터 즉각 거래 정지된다. 증선위가 회계처리기준 위반한 회사에 대해 검찰고발 통보를 의결한 경우 위반금액이 자기자본 대비 2.5% 이상이면 한국거래소가 즉시 상장실질 심사에 착수해야 한다. 삼바의 자기자본은 3조8000억원 수준인데 고의 분식으로 늘어난 자본금은 2조원을 웃돌아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한국거래소는 앞으로 15일 이내 심의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만약 대상이면 20일 내 상장폐지 여부를 가리게 된다.